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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17. 2022

8월 17일 현승우의 하루

영어

승우는 어렸을 때는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문법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요령대로 풀기만 하면 점수가 나오는 입시 위주의 영어 공부도 싫었다. 학창 시절 승우의 영어 실력은 학교 기준으로는 평균 이하였다. 

하지만 승우가 영어를 정말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승우는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영어로 된 매체를 보는 것은 좋아했다. 팝 음악을 가사를 다 외울 정도로 들었고 랩 가사를 외우면서 흑인 특유의 억양도 익혔다. 영어로 된 TV 시리즈도 즐겨봤는데 같은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시청했다. 자연스럽게 승우는 영어에 익숙해졌다. 문법은 몰라도 영어 억양은 알았고 영단어는 몰라도 슬랭은 알았다. 외국 한번 나가 본 적이 없던 승우였지만 영어 발음도 괜찮았고 외국인과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승우는 영어 공부는 못 했지만 영어는 잘하는 사람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승우는 영어에 강했다. 여전히 외국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외국계 회사에 취업해서 비즈니스 영어를 구사했다. 회사에 있는 영어권 동료들은 승우 보고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지에 대해서 묻곤 했다. 

승우는 요새도 매일 영어에 노출된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영어로 된 뉴스를 들으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뉴욕타임스 같은 영어로 된 뉴스를 찾아서 읽었다. 승우가 영어 뉴스를 보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이후였다. 영어 독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승우가 스스로 찾은 방법이었다. 승우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읽었다.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글까지 어렵지 않게 읽고 있다. 정작 승우는 한글로 된 한국 뉴스는 잘 보지 않았다. 그래서 승우는 국제 뉴스에 대해서는 빠삭한데 국내 정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나마 아는 것은 영어 뉴스에서 언급되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승우는 핸드폰 언어도 영어로 세팅을 해두고 있다. 물론 승우도 한글로 메뉴가 되어 있는 것이 더 편했지만 조금이라도 영어에 노출된 삶을 살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가끔 승우의 핸드폰을 빌리면 어떤 메뉴를 눌러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반대로 승우는 앱의 특정 기능에 대해서 설명할 때 그게 한글로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몰라 친구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 

출퇴근을 할 때도 그의 귀에는 영어로 된 노래, 혹은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왔다.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볼 때도 외국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권의 서브 컬처에도 익숙했다. 이러한 것들이 승우가 외국계 회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평생 외국을 못 갔지만 영어는 굉장히 잘하는 승우는 다음 주에 처음으로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다. 현재 승우가 일하는 곳 본사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승우가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서 접하던 미국을 마침내 그의 두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래서 승우는 이번 주 내내 설렜다.

승우는 오늘 하루도 영어에 노출된 삶을 살았다. 특히 다음 주 있을 출장에 대비하여 실수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더욱더 강박적으로 영어에만 노출된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일부러 한국 사람들과 잘 이야기하지 않고 외국인 동료와 대화하였으며 생각도 영어로 하는 연습을 하였다. 인터넷으로 영어 표현에 대한 공부도 더 하면서 승우는 다음 주의 미국행에 더욱 집중했다. 

승우는 문득 학창 시절에 하지도 않은 영어 공부를 새삼 지금 하고 있는 자신이 놀라웠다. 여전히 문법에 대해 묻는다면 제대로 답변을 하지는 못하지만 영어 말하기와 듣기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승우는 자신이 지금 하는 방식이 진짜 영어를 잘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우는 이를 통해 본사에서도 인정받아 더욱 높은 자리에 오르는 자신을 상상해봤다. 영어 시험을 못 본다고 자신을 무시하던 그 사람들에게 자신의 방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승우는 그런 자신을 생각하며 더욱 영어에 매진하며 다음 주에 있을 미국행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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