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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26. 2022

9월 26일 최서훈의 하루

대체 휴무 

“당분간 주말 근무해줄 수 있어? 회사에서 대체 휴무는 줄 거야.”


제안인 것 같지만 선택의 도리가 없는 강요가 있는 명령이 지난달 나에게 떨어졌다. 회사에서 하는 일 때문에 주말 근무를 당분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분간이라고는 했지만 4주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회사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야 했다. 나는 웃으면서 “당연히 해야죠!”라고 대답했다. 


첫 주는 외부에서 하는 행사장에 참여해야 했다. 회사의 홍보 자료를 많은 바이어들에게 전달하고 미팅까지 하는 것이 임무였다. 4일 동안 열리는 행사였고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로테 근무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말 근무였고 다들 이런저런 사정을 대면서 주말 근무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여자 친구도 없고 특별한 약속도 없는 나와 몇몇 만만한 직원들이 주말 근무로 당첨이 되었다. 나는 정말 영혼 없이 행사장을 누비며 사람들에게 홍보 자료와 명함을 전달했다. 그들은 우리 회사를 아는 척은 했고 흥미가 있는척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약간 무의미한 첫 주의 행사가 끝나고 두 번째 주에는 회사에서 운영 업무를 맡은 팝업스토어 행사에 참여해야 했다. 이 팝업스토어 업무는 내가 몇 달 동안 관여한 것이었다.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지만 막상 팝업스토어가 시작되고 나니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클라이언트는 우리를 따로 불러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갈궈대기 시작했다. 좋은 말로 욕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 같다. 클라이언트의 갈굼이 끝나면 이번엔 상사들의 오바가 시작되었다. 자기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액션을 취하는 것이었는데 클라이언트에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그 둘의 장단을 맞춰주느라 녹초가 되었다. 

셋째 주는 팝업스토어의 결과물을 보고서로 정리하기 위한 토요일 근무였다. 평일에 열심히 하면 될 것이지 굳이 주말에 나오는 것을 예약까지 해놓고 일을 시키는 회사의 심보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나는 한 달 전부터 예정된 이상한 주말 근무를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내 해야 했다. 원래는 토요일에 다 끝내서 보고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상사의 히스테리 때문에 일요일까지 추가로 일을 하게 되었다.

넷째 주는 우리가 따지 못한 행사를 보고 오라는 대표의 명령 때문에 생긴 업무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공식적인 업무는 아니고 선택 사항이었지만 우리 팀장은 주말에 모든 팀원이 참여할 것을 강요했다. 4주 연속으로 회사 사람들을 보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게다가 공식적인 업무도 아니면서 행사에 대한 분석과 내년 같은 행사를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딸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도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했다. 

이렇게 4주 간의 강제 주말 근무가 끝나고 나는 이번 달부터 대체 휴무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총 5번의 주말 근무를 했는데 그중에서 인정받은 근무는 1번뿐이었다. 둘째 주, 셋째 주, 그리고 넷째 주는 회사의 방침 상 업무가 아니었다.  넷째 주는 아예 업무가 아니라고 한 상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셋째 주가 인정을 못 받은 이유는 평일에 할 수도 있는 업무를 굳이 주말까지 연장해서 일했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주말 근무를 절대 강요하지 않고 평일에 업무를 다 처리 못 한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직원이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셋째 주에 일한 것은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나는 무능력하게 주말에 근무를 한 직원이 되어있었다. 정말 억울했다. 둘째 주, 팝업스토어 업무는 원래 업무의 과업에 주말 근무가 포함되어있다는 이유로 대체 휴무를 받을 수 없었다. 회사 내규가 그렇다고 하는데 자료를 보아서 언젠가 고용노동부에 지금 일을 모두 신고하고 싶었다. 

결국 인정받은 것은 첫째 주 근무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체휴무를 고작 하루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받은 대체 휴무는 한 달 안에 써야 했다. 나는 9월 초에 대체 휴무를 쓰려고 했지만 일이 너무 많아 감히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주말 근무를 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나버려 대체 휴무를 쓸 수 없게 되었다. 원칙 상 대체 휴무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지만 팀장의 재량으로 내 대체 휴무를 이번 달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팀장에게 영혼 없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팀장은 자신 덕분에 내가 휴가를 쓸 수 있는 것이라며 며칠 동안 온갖 생색을 다 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대체 휴무를 쓰게 되었다. 혹시나 연락이 올까 봐 핸드폰도 꺼놓고 모처럼만에 찾아온 휴가를 즐겼다. 휴가라고 했지만 약속을 잡고 놀러 가지를 못했다. 평일과 주말에 하지 못한 집안일과 개인 볼일을 하느라 모든 시간을 다 써야 했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내 개인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허무하게 대체 휴무가 지나가고 있었다. 10월에도 주말 근무가 하나 잡혀있는데 약간 애매해서 대체 휴무를 받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회사에 따져 묻고 싶지만 대체 휴무를 주는 게 복지이자 회사의 혜택이라고 하는 회사의 스탠스를 생각하면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음 회사를 가면 주말에는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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