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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27. 2022

9월 27일 이대용의 하루

패스트푸드

출근.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가까이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시간을 착각해 서둘러 출근한 탓이었다. 자리에 앉았는데 사무실은 고요했다. 일을 먼저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배가 고파 사무실을 나와 밥을 먹기로 했다. 주변에 아침 식사를 할만한 곳을 찾다가 패스트푸드 체인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 메뉴가 나오는 곳이었다.

가게로 들어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브랙퍼스트 세트를 먹기로 했다. 본래 아침을 잘 먹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미국식 아침 식사로 푸짐하게 먹고 싶었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핸드폰으로 간밤에 올라온 흥미로운 기사들을 찾아서 봤다.

내 주문이 나왔다는 벨이 울렸다. 나는 주문한 음식을 챙겨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을 준비를 했다. 내가 주문한 세트는 가격에 비해 양이 조금 아쉬웠다. 나는 간단하게 식사 기도를 하고 포크를 들어 음식을 입에 넣었다. 메뉴 이름에서 상상할 수 있는 맛에서 아주 약간 모자란 맛이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같이 나온 커피로 단조로운 음식 맛에 깊음을 약간 더해봤다. 커피나 음식이나 대단하지는 않았다. 

메인 메뉴나 다름없는 팬케이크 위에 시럽을 듬뿍 발라 칼로 잘랐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지만 그걸 만드는 시간을 생각하면 음식점에서 사서 먹는 게 어쩌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는 음식이다. 한 점 잘라 입에 넣었다. 음식의 맛보다는 시럽의 맛이 더 강했다. 시럽이 모든 것을 다한 것 같았다. 

양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먹으니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워낙 아침을 안 먹던 사람이라 오랜만에 먹은 아침을 위에서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 먹으면 큰일 날 것 같지만 돈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내 안 좋은 습관 중의 하나인데 주문한 음식은 맛이 있거나 말거나 배가 부르거나 배고프거나 상관없이 다 먹어야 했다. 돈을 냈는데 음식을 남기는 것은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우 겨우 음식을 우겨놓고 커피로 음식 넘김을 도우려고 했다, 약간의 위기가 있었지만 눈앞에 놓인 모든 음식을 치우는 데 성공했다. 오랜만에 아침을 먹기는 했는데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거북함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 거북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으로 다가왔다. 

잠시 앉아있다가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배에서 신호가 왔다. 오랜만에 음식을, 그것도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킨 탓에 몸에서 이상 반응이 온 것이었다. 나는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을 찾았다. 하지만 화장실을 찾은 것은 내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누군가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아픈 배를 움켜잡고 먹은 그릇을 치웠다. 가게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면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단 하나였다.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가게를 나와 바로 앞에 있는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이 회사 건물은 조금 특이하게 생겨서 1층에 화장실이 없었다. 가려면 2층으로 가야 하는데 2층은 다른 회사 사무실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있는 우리 사무실 화장실을 써야 했다. 나는 인내하면서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내 안의 안정을 되찾으려고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느린 것 같았다. 인내와 증오, 슬픔, 후회, 절망 등 다양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고 있을 때,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사투를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와 모든 힘을 잃은 채 앉았다. 속을 든든하게 하려고 먹은 아침이었는데 나의 오판 때문에 속만 버리게 되었다.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던 하루는 최악의 기분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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