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작가 Dec 04. 2022

12월 4일 최병훈의 하루

50대의 끝

병훈을 일을 마치고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며 오늘 하루를 돌아보았다. 최근 병훈은 고민이 많았다. 이제 내년이면 60살이 되는 자신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다. 

병훈은 서울의 좋은 대학교를 나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을 다녔었다. 그러다가 50세가 되는 해에 회사를 나와 약 20년 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조그만 회사를 차렸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릴 정도는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병훈이 희생한 것도 많았다. 회사의 직원으로 다닐 때보다 더 일을 많이 했기에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못했다.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병원조차 가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일만 했다. 

올해 초 병훈은 건강검진을 받았다. 특별한 병이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의사는 이제 건강 관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병훈은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않고 계속 자신의 일에만 몰두했다. 그럴수록 병훈의 몸은 망가졌고 결국 지난여름, 그는 쓰러졌다. 가족들은 병실에 누운 병훈 앞에서 울었고 병훈은 그런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병훈의 아들인 성민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제 일을 쉬는 것이 어떤지 물었다. 하지만 병훈은 그럴 수 없었다. 성민은 이제 겨우 28살. 이제 취직을 한 그에게 모든 짐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딸인 성아는 아직 대학생이었다. 아직 병훈이 은퇴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대신 병훈은 직원을 한 명 더 고용해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직원 관리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일을 잘 따오는 새로운 직원 덕분에 병훈이 외부 영업을 다닐 일이 많이 없어졌다. 

병훈은 가급적 일찍 퇴근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가벼운 달리기와 간단한 근력 운동이 전부였지만 병훈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주말이 되면 병훈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에서 다른 여유를 찾기 시작하니 병훈의 건강도 좋아졌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이었다. 병훈의 사업은 코로나 이슈 이후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지만 그 이상 성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새로 들어온 영업 담당이 새로운 건을 물어왔지만 현상 유지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다들 나이 든 직원들이었고 젊은 직원들이 들어오기에 병훈의 회사는 매력도 적었고 연봉도 낮았다. 병훈은 매출 현황을 보면서 이제 몇 년 안에 사업을 아예 정리해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0년 가까이 해온 사업을 정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병훈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병훈은 몸에 안 좋은 담배만 늘었다. 의사가 담배를 끊을 것을 권유했지만 고민을 정리하는 데는 담배만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결론이나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병훈은 계속 담배를 폈다. 

병훈은 핸드폰으로 주식 앱을 켰다. 아내는 병훈이 주식을 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그는 몰래 주식에 손을 대고 있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익은 내고 있었기에 병훈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같은 상황에서는 돈을 벌기 어려웠다. 병훈의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결국 병훈은 60살이 되어도 5~6년은 어떻게든 일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기 혼자만 남아도 어떻게든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담배를 털고 병훈은 외투를 고쳐 입었다. 불이 꺼지지 않은 주변 빌딩들을 보며 병훈은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59살. 병훈은 아직 앞으로 더 일을 하고 갈 계획이었다.  

이전 04화 12월 3일 양재준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