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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Dec 05. 2022

12월 5일 강석훈의 하루

승진의 기회

"석훈 님. 올해 정말 잘해줬어요.”


이른 아침부터 석훈은 송이사의 방을 찾았다. 송이사가 먼저 석훈을 보자고 한 것이었다. 석훈은 작년부터 팀장이 되어서 자신의 부서를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제안한 프로젝트가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회사에서는 석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송이사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송이사는 회사의 셀세로 회장의 조카이기도 했다. 


“과찬이십니다. 이사님. 저 혼자 한 것도 아니고 다들 열심히 일해주신 덕분입니다. 특히 송이사님이 계신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석훈은 겸손한 자세로 송이사에게 말했다. 송이사와의 대화 자리는 아주 중요했다. 송이사는 회사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있다 싶으면 자신의 라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화 자리에서 송이사의 심기를 건드리면 무슨 수가 있어도 그 사람을 매장하려고 했다. 아무리 성과를 잘 낸 사람이라도 상관없었다. 이 회사에서는 송이사의 말이 곧 법이었다. 회장은 자식이 없어 송이사를 자신의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송이사에 대항할 수가 없었다. 

석훈은 긴장한 채 송이사의 말을 들었다. 송이사의 성격은 괴팍하였기에 무엇이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던지, 아니면 업무 성과를 송이사에게 돌리지 않는다던지 다양한 이유가 원인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회사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한때 석훈은 이런 회사의 문화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누구한테 잘 보이는 것 없이 실력만 있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했다. 

석훈이 직급이 낮은 사원일 때는 그런 태도가 도움되었지만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은 무언가가 작동했다. 석훈은 노력했지만 회사는 그런 석훈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억울한 일도 생겼다. 석훈은 더욱 노력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찾아오는 것은 좌절뿐이었다. 

결국 석훈은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송이사와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하나 공략했다. 사내 정치질을 싫어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른바 송이사 라인과 친해지면서 석훈은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송이사가 주최한 술자리에 초대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석훈의 인생은 더욱 달라졌다. 석훈은 계속해서 승진했고 팀장 자리까지 달았다. 석훈이 아이디어를 낸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전적으로 밀어줬고 오늘 석훈은 다시 송이사의 앞에 서게 되었다. 


“석훈 님은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분은 아니죠? 이번 프로젝트 회장님이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내가 미국에서 새로 알게 된 정보가 있어요. 이리 좀 와볼래요? 이게 사업성이 있는지 한번 봐줘요.”


송이사는 석훈에게 종이에 쓴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여줬다. 하나같이 허무맹랑한 소리였지만 석훈은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석훈은 송이사의 말을 들으면서 저 아이디어를 어떻게 더 괜찮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어때요?”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정말 아이디어가 좋으십니다. 이런 건 어디서 알게 되셨나요? 요즘 젊은 직원들도 이런 개념조차 이해를 못 하고 있는데 이사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석훈은 전형적인 칭찬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그것은 송이사에게 효과가 있었다.


“석훈 님도 참. 그런 말을 잘도 한단 말이야. 좀 부족한 것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걸 더 좋게 만드는 건 석훈 님일 거라고 생각해요. 어때요? 석훈 님. 이거 내년에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는 건? 내가 도와줄게요.”


“네. 너무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이사님과 함께 더 멋지게 발전시켜서 회사의 미래 아이템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래요. 그래. 그럼 이제 가봐요. 이거 잘 만들면 내가 회장님한테 잘 이야기해서 우리 석훈 님. 본부장급으로 승진시켜달라고 할게요. 아직 그럴 연차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회사가 군대도 아니고 연차로만 굴러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력 있는 사람이 올라가야지. 그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이제 정말 가봐도 됩니다.”


“네. 이사님! 오늘 하루도 좋은 일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석훈은 송이사에게 90도로 인사하고 방에서 나왔다. 석훈은 이 프로젝트가 자신의 목을 죄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어려운 프로젝트였고 실패했을 경우에는 가차 없이 송이사에게 손절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석훈은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기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석훈은 회사에서 가장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석훈은 반드시 이 일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위해 이제부터 밑의 직원들을 채찍질할 계획을 가진 석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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