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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Dec 06. 2022

12월 6일 유서연의 하루

안녕히 가세요

3년 전 서연에게 현정이 찾아왔다. 현정은 서연의 옛 직장 동료였다. 서연과 마음이 통하는 동료였으며 회사 밖에서도 가끔 만나는 사이였다. 하지만 서연이 퇴사를 하게 되면서 둘이 연락하는 빈도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정이 서연에게 밥을 먹자고 했다. 둘은 강남역에 있는 식당에서 만났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먼저 반갑게 인사한 건 서연이었다.


“네. 서연 님도 잘 지내시죠? 더 예뻐지셨어요.”


현정도 기분 좋게 대답했다. 


“현정 님도요. 우리 음식 시키고 이야기할까요?”


“네. 그러죠. 오늘은 제가 살게요.”


“앵? 무슨 일 있어요? 혹시 좋은 소식?”


“아… 아니에요. 그냥 서연 님이랑 상의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상의? 아… 그래요. 그럼 우리 일단 시키죠. 오늘은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제가 정말 사려고 했어요. 자, 여기서 이게 맛있어요. 더 비싼 것 고르셔도 되고요.”


“흠… 일단 음식 시키죠! 저는 이거요! 현정 님은?”


“저는 이거랑.. 아 이것도 맛있어요. 사장님. 저희 주문할게요!”


서연과 현정은 음식을 시키고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음식이 나오고 서로 음식에 대한 찬사를 나누고 난 후에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에요? 그냥 오랜만에 보자는 것도 아니고, 현정 님 무슨 고민 있어요?”


“아 고민까지는 아니고… 고민인 건가? 여하튼. 서연 님은 지금 다니는 회사 어때요?”


“그냥 다 똑같죠 뭐. 어딜 가나 사람은 좋은데 싫은 사람도 있고 일은 재미있는데 짜증 나는 일도 있고…. 다 그런 것 같아요. 현정 님은요? 아직 거기 다니나요?”


“저도 서연 님 그만두고 1년 있다가 때려치웠어요.”


“아 역시 거기는 탈출해야죠. 거기 이제 누가 남아있으려나?”


“승현 님은 아직 거기에 계시긴 해요. 가끔 만나서 회사 이야기 좀 들을 때가 있어요.”


“그래요? 승현 님 이름 오랜만이다. 거기 요새 어떻데요?”


“진짜 우리 있을 때보다 더 엉망이래요. 승현 님은 집에서 너무 가까워서 다니는 거지 혹시 회사 이사 가면 바로 그만둘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맞아. 승현 님 회사에서 집까지 진짜 2분 거리였지. 그러면 고민될만하지. 아 현정 님 지금 다니는 곳은 어때요?”


“진짜 별로예요. 우리 예전에 파트너사 중에 연우라는 분 있죠? 그분 다니는 회사예요.”


“아~그 되게 차분하시던 연우 님? 어? 거기 회사 진짜 괜찮은 것 같았는데?”


“에이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한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요. 여기도 그래요. 뭐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연우 님도 좀….”


“앗! 그렇군요.”


서연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번에 이직 준비하고 있어요.”


현정이 말했다. 


“그래요. 이상하면 탈출해야지. 그런데 어디 생각하고 있어요?”


“음… 서연 님 회사에 지원했어요.”


“저… 저희 회사요?”


그제야 서연은 현정이 왜 자신을 보자고 했는지를 알아차렸다. 


“아.. 그래서…”


“왜요? 저 지원하지 말까요?”


“아… 아니에요. 현정 님이 우리 회사 오면 정말 좋죠. 어? 혹시 그럼 우리 부서로 지원한 건가? 팀장님이 다음 주에 면접 보신 다고 하던데….”


“아마 그럼 제가 맞을 거예요. 저 다음 주에 면접 봐요.”


“잘됐다. 팀장님 면접 진짜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굉장히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세요. 현정 님 역량은 내가 알고 있으니깐 현정 님이라면 문제없이 통과할 거예요.”


“다행이네요. 현정 님이 우리 회사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꼭 우리 회사 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고마워요. 어 사실 다른 회사도 보고 있는데 그게 좀 고민이에요. 회사 이야기 좀 더 해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어딘지 모르겠지만 현정 님이 우리 회사 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날 서연은 현정에게 회사의 좋은 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안 좋은 이야기도 했지만 그래도 회사가 가는 방향이 어떻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어필했다. 서연은 서연이 꼭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오기를 바랐다. 

그리고 며칠 후, 현정은 서연의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현정은 서연과 같은 팀이 되었다. 서연은 예전처럼 현정과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

다시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서연과 현정의 회사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람 좋고 능력 있던 팀장이 나가고 변변치 않은 능력을 가진 팀장이 새로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도 그만뒀고 또 다른 사람으로 자리가 채워졌다. 그들의 팀뿐만이 아니었다. 회사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또 누군가 들어왔다. 

유망하던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시로 조직 개편이 있었고 신사업을 한다며 기존 인력을 역량과 상관없이 배치했다. 직원들은 지쳤고 불안해졌다. 서연과 현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현정은 이런 상황에 더욱 흔들렸다. 

결국 현정은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아는 언니가 다니는 회사에서 적당한 연봉으로 오퍼가 왔고 현정은 지금의 회사가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서 결국 그곳을 떠나기로 했다. 서연은 그런 현정이 떠나는 게 아쉬웠다. 괜히 좋지도 않은 회사를 오라고 추천했던 지난날이 후회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현정이 회사를 떠나는 날이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서연이 현정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제가 서연 님보다 늦게 왔는데 먼저 가게 되었네요.”


“괜히 미안하네요.”


“네? 서연 님이 왜 미안해요.”


“그냥…. 현정 님이 여기 온다고 할 때 말릴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다른 회사 면접도 잡혀있었잖아요.”


“아니에요. 저는 여기서 일한 것 좋았어요. 재미있었고 많이 배웠어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직장인이 회사 들어왔다가 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래요. 고마워요. 아무튼 정말 고생 많았어요.”


“그럼 먼저 갈게요. 이따 다른 분들이랑 식당에서 만나요!”


현정은 먼저 인사하고 회사를 떠났다. 오늘 저녁 현정은 서연을 비롯해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몇 명의 사람들과 같이 술을 먹기로 되어있었다. 서연은 그런 현정을 배웅했다. 저녁때 또 보게 될 것이고 이후에도 친구처럼 잘 지낼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다시 한번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 

서연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현정에게 다시 인사했다. 


“안녕히 가세요! 이따 봐요!”


그렇게 또 한 사람이 회사를 떠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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