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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Dec 07. 2022

12월 7일 문오훈의 하루

여행의 끝

“저 이제 나가요.”


오훈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형, 그동안 감사했어요. 조심히 가시고 또 뉴욕 오면 연락 주세요.”


부모님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 지석이 오훈에게 말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동안 오훈은 지석과 친해졌다. 


“벌써 간다니깐 아쉽네. 미국 여행 재밌었어요?”


게스트하우스 사장인 철환이 오훈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훈은 철환과 악수하며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 밖에도 오훈과 친하게 지내던 다른 손님들도 나와 오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오훈은 그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짐을 챙겨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

지난달 퇴사를 한 오훈은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미국 여행을 떠났다. 더 싸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들이 있었지만 오훈은 미국에 가보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뉴욕과 동부 도시를 중심으로 여행을 계획을 짠 오훈은 혼자 배낭을 메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오훈이 뉴욕에 온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뉴욕은 오훈이 가장 오고 싶었던 도시였다. 그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면서 뉴욕 인근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여행객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오훈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리더가 되었다. 낯가리지 않고 활발한 그의 성격 덕분에 그가 있는 동안 게스트하우스는 활기가 넘쳤다. 거의 매일 밤 술자리가 벌어졌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훈이 지석과 친해진 것도 이 덕분이었다. 그리고 오훈은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도 만났었다. 

민영은 오훈이 게스트하우스에 오고 이틀 있다가 온 여행객이었다. 혼자 미국에 온 민영은 뉴욕을 함께 여행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오훈은 민영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고 그녀의 동행이 되었다. 오훈과 민영은 서로 맞는 것이 많았다. 함께 여행을 하며 오훈은 민영은 가까워졌다. 그렇게 민영의 여행 내내 오훈은 좋은 동행이 되어줬다. 오훈은 민영과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지만 여행지에서 괜히 이상한 소리를 듣기는 싫어 그는 적당한 선을 유지했다. 민영 역시 오훈에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은 오훈과 민영이 여행지에서 눈이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둘 사이의 관계 발전은 더 이상 없었다. 민영은 다시 한국으로 떠났고 오훈은 그녀를 웃으면서 배웅해줬다. 민영이 떠나기 전, 그녀는 오훈에게 자신의 번호를 남겼고 오훈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간직할 수 있었다. 

민영이 떠난 이후에도 오훈은 게스트하우스에 더 남아있었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지석과 함께 여행을 다녔는데 지석은 오훈에게 현지인들만 알 수 있는 뉴욕의 숨은 명소를 소개해줬다. 오훈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여행의 마지막 밤. 오훈은 남은 여행 경비를 털어서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을 위해 음식과 선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날도 술자리가 벌어졌다. 맥주와 와인이 함께한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자리였다. 오훈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인연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오훈은  그 자리에 민영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오훈은 한국에 돌아가면 민영에게 반드시 연락하겠다고 다짐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떠나 공항에 도착한 오훈은 끝나가는 여행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한 표정을 계속 짓고 있었다. 이제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회사로 가야 했고 그 이후에는 이렇게 시간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일하는 워커홀릭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항상 여행과 노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컸다. 약 2주 간의 미국 여행은 그렇기 때문에 오훈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오훈은 공항을 누비며 여행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하는 여행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공항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어떤 것도 여행의 끝을 맞이한 오훈의 마음을 위로할 수는 없었다. 

그를 유일하게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민영과의 만남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진짜 이유. 한국에 돌아가서 만나야 하는 단 한 사람. 오훈은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민영에게 연락해서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마침내 오훈이 타야 하는 비행기의 탑승 안내가 나왔다. 비행기를 타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한국인이 있었다. 오훈처럼 저마다의 여행이 끝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오훈은 영어가 아닌 아주 잘 들리는 한국어로 말하는 무리 사이에 껴서 탑승 준비를 했다. 그리고 친절한 미소를 짓는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그를 한국으로 데려갈 비행기에 탔다. 

자리에 앉아 오훈은 이번 여행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추억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며 절로 미소를 지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오훈에게 이번 여행이 재미있었는지를 물었다. 오훈은 옆에 앉은 남자에게 정말 좋은 기억이 많았다고 대답했다. 남자는 웃으며 자신은 출장 때문에 와서 좋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보며 웃는 오훈을 보니 자신도 여행으로 이곳을 오고 싶다고 했다. 오훈은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과 동행할 남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비행기가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오훈은 말을 멈추고 잠에 들 준비를 했다. 잠시 후, 엄청난 진동과 함께 비행기는 이륙했다. 오훈의 수많은 추억 중 일부가 될 2주 간의 미국 여행이 그렇게 끝났다. 오훈이 탄 비행기는 엄청난 속도로 미국 땅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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