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작가 Dec 08. 2022

12월 8일 박상익의 하루

자신만의 루틴

상익은 올해 1월부터 자신만의 루틴을 세워 살고 있다. 상인은 원래 평생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새벽 2시쯤 잠에 들어 출근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마지노선인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났다. 7시 30분에 일어나도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 했다. 상익이 조금이라도 지체하는 순간, 그는 정시에 출근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가 여유롭게 준비하려면 최소한 7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상익은 마지막 순간까지 잠에서 깨지 않고 매일 전쟁을 치르면서 출근했다.

잠자는 시간도 문제였다. 상익이 새벽 2시에 잠이 든다고는 했지만 새벽 3시에 잠이 들 때도 있었고 자는 시간을 완전히 놓쳐서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새벽 5시가 넘어서야 지쳐서 눈이 감기는 날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또한 이로 인해 지각을 하는 날도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상익은 기상 시간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정한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30분이었다. 원래 일어나는 시간보다 2시간이나 앞당긴 것이었다. 대신 상익은 아무리 늦어도 밤 11시에는 잠들기로 했다. 상익은 이를 위해 저녁 약속을 최대한 취소했고, 만약 약속이 있어도 밤 10시까지는 집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상익이 시간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5시 30분에 일어나다가 설날이 지나고 나서는 다시 7시 30분에 일어났다. 상익의 기상 시간은 고무줄 같았다. 그렇게 2달 가까이 상익은 헤맸다. 

3월의 봄이 찾아오던 날, 상익은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고 5시 30분에 일어났다. 이를 위해 알람만 30개 넘게 설정했다. 그렇게 알람 소리에 못 이겨 일어난 상익은 한동안 비몽사몽 한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거의 앉아서 조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세수를 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상익이 회사로 출발하는 시간은 7시 20분. 2시간이나 일찍 일어난 것 치고는 큰 변화가 없는 시간대였다. 

상익은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어나서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상익이 만든 새로운 루틴은 다음과 같았다.

상익은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상익은 팔 굽혀 펴기를 50개를 했다.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지만 몸을 무리해서 움직인 덕분에 잠에서 쉽게 깰 수 있었다. 그리고 상익은 5시 40분에 세수를 했다. 간단한 양치와 물세수가 전부였지만 잠에서 완전히 깨는 데는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다. 

이후 상익은 요가 영상을 틀어 40분 가까이 몸을 풀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자세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익은 좀 더 어려운 동작에서 익숙해졌다. 요가까지 마치면 잠시 누워서 휴식을 취하다가 6시 30분부터 샤워를 했다. 이후에는 평소와 같이 출근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준비를 마친 상익은 보통 7시에 집에서 나왔다.

상익의 집에서 회사까지는 보통 1시간 정도가 걸렸다. 회사에 도착하면 8시, 상익은 사무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원래 출근 시간은 9시까지였기 때문에 사실 상익은 조금 더 늦게 출발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상익은 여유로움을 찾고 싶었다. 상익은 차라리 회사에 일찍 도착해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행동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진 상익은 조용한 사무실의 독서를 즐겼다. 

상익이 변화를 준 것은 아침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점심시간에 변화를 줬는데 원래 그는 회사 사람들과 밥을 먹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에야 사무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상익은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상익은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사무실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거리를 사서 점심시간에 사무실에 앉아 먹었다. 그렇게 몸의 건강과 시간도 되찾은 상익은 남은 시간에는 아침에 읽던 책을 봤다. 이렇게 하면 상익은 보통 일주일에 최소 2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상익은 보통 정시에 퇴근을 했는데 그는 곧장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면 보통 7시. 상익은 집에서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간단히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잠시 쉬고 있으면 보통 8시. 이후에 상익은 2시간을 자유롭게 보냈다. 이때는 특별한 루틴을 정해두지 않았다. 상익의 하루 중 가장 상익의 본능이 작동하는 시간이었다. 오후 10시가 되면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눕기 전 다시 간단히 요가를 했다. 몸의 긴장을 풀어 바로 잠에 들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11시가 되면 상익은 자신과 약속한 데로 잠에 들었다. 

12월 8일. 오늘의 상익도 이러한 루틴으로 행동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해져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오늘도 모든 것을 계획대로 행동한 상익은 뿌듯해하며 잠에 들었다. 상익의 루틴은 내년에도 지금과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다. 만약 상익이 변화를 줘야 하는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루틴이 개발될 것이다. 하지만 상익은 현재 그럴 마음이 없었다. 지금 그의 마음에는 모든 것을 해냈다는 보람만이 있었다. 

이전 08화 12월 7일 문오훈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