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 방
재택 근무를 한지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가끔 회사에 갈 때가 있지만 이젠 회사에 가려 나가는 길 자체가 어색하다.
처음 재택을 했을 때는 늦게 일어나도 되고 아무렇게나 입고 있고 편하게 배달을 시켜서 밥을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삶은 피폐해졌다. 아예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지내는 날이 있었다. 늦잠을 자다가 출근을 못할뻔한 날도 있었다. 배달을 너무 시켜 살만 찌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히려 돈이 더 들고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아니지... 확실히 몸은 안 좋아졌다.
회사 갈 일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출근한 날도 있었다. 막상 출근하면 재택이 그리운 날도 있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었다. 몇 달을 더 이래야 하나...
재택을 한 지 1년이 지난날, 나는 재택에 완전히 적응해 버렸다. 약간의 불편한 변화는 편함으로 다가왔다. 밖에 나가지 않은 생활은 너무나 익숙해졌다. 더 이상 밖이 그립지 않았다.
우울해질 때도 있었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끊겼고 가끔 하던 주말의 외출과 약속도 인원 제한과 함께 자연스럽게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아주 가끔 밖으로 나가 사람 많은 곳으로 갔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히려 불안해졌다. 그렇게 두려워하며 집으로 돌아오면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다.
언제 이 생활이 끝나는 것일까?
나는 지금 생활이 만족스러운가?
아니면 불편한 것인가?
하루에도 몇 번 마음이 바뀌었다.
지난가을, 재택을 하기 싫어서 이직을 알아봤다.
찾아보니 우리 회사만 유달리 재택을 오래 하고 다른 곳은 잘 출근하는 것 같았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이야기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우리 집에서 먼 곳이었다. 면접은 잘 되었고 회사에서 오퍼가 왔다. 그러나 연봉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출근 시간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 같았다. 차라리 재택을 하고 남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 결국 나는 지금 회사에 남게 되었다.
내가 남은 곳이 회사인 건지 집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귀찮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새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재택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몇몇 부서는 출근을 다시 시작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다음 달부터 전 직원 다시 출근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뉴스를 본다.
여전히 밖은 위험한 것 같다.
나가기가 싫다.
오늘도 나는 방금 퇴근했다.
컴퓨터를 껐으니 하루가 끝난 건가?
내가 다시 컴퓨터를 켜면 출근한 게 되는 건가?
내 하루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
나의 2년째 재택의 밤은 오늘도 저물고 있다.
이제 퇴근이라는 방으로 간다.
방의 불을 꺼본다.
어둡다.
방의 불을 켜본다.
밝다.
나가기도
머물기도
어느 것도 싫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