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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06. 2022

2월 6일 박성우의 하루

좋아하는 밴드의 신곡

오랜만에 맞이하는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요 몇 주간 회사 일이 바쁘다 보니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드디어 그 일도 마무리되고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쉴 수 있게 되었다. 

쉬는 날이 되면 무엇을 할지 매주  결심을 했던 것 같다. 일이 다 끝나면 조용한 카페에서 책이나 읽고 싶은 적도 있었고 정처 없이 드라이브를 가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냥 집에서 24시간 동안 잠을 자는 것도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막상 쉬는 날이 되니 잠은 생각보다 오래 잘 수 없었고 밖에 나가는 것도 매우 귀찮았다. 넷플릭스나 영화를 볼까 고민했지만 그마저도 귀찮았다. 일주일 내내 컴퓨터를 보고 있다 보니 컴퓨터 게임을 하려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지는 것조차 싫었다. 


정말 무엇을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싸구려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서 음악을 듣기로 했다. 새로 나온 신곡? 요즘 인기 있는 노래? 그런 것은 필요 없었다. 어릴 적부터 매일 지겹게 듣던 음악 찾아 재생했다. 나이가 드니 새로운 노래를 찾는 것도 귀찮고 예전만큼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특히나 나는 록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요즘 음악은 그리 취향도 아니었다. 그냥 라디오에서, 지나가다가 나오면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별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찾아서 듣는 음악은 아니었다.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내가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들었던 음악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록 음악 장르의 가수들이 있었고 너무 많이 들어 가사도 거의 외울 정도인 노래들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노래들이 나온지도 벌써 20년이 넘게 지났다. 내가 어릴 적에 20년 전 음악이라 하면 굉장히 옛날 음악이었는데 이제 요즘 친구들이 이 노래를 우연히 듣는다면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음악을 듣다 보니 지금 이 밴드들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이미 해체한 그룹이 대부분이었고 여러 사정으로 삶을 마감한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밴드들도 있었다. 그나마 정보가 나오면 다행이고 정보를 찾으려면 영어로 찾아야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 잊힌 밴드들도 굉장히 많았다. 한참 활동할 때는 서로 보기 싫어서 싸우고 해체하더니 다시 돈이 궁해졌는지 재결합한 뮤지션들도 있었다. 

그러다나 어릴 적 굉장히 좋아하던 밴드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작년에 새로운 앨범까지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듣던 음악을 멈추고 해당 앨범을 찾아서 재생했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밴드는 내가 중학교 시절 굉장히 좋아했던 그룹이었다. 용돈을 모아 새 앨범이 나오면 음반 매장으로 가서 CD를 사고 낡은 CD플레이어 넣어 마르고 닳도록 음악을 들었다. 공부를 할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계속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었다. 싱글로 나온 노래만 들은 것은 아니었다. 트랙이 12 트랙이면 12 트랙 모두가 소중했다. 그중에서는 나만의 숨겨진 명곡 같은 노래도 있어서 지금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듣는 노래도 있었다. 너무나도 좋아해서 내한 공연을 오면 콘서트장에 가기도 했고 내 방 곳곳에는 밴드의 포스터로 가득했다. 그 밴드는 나의 어릴 적 영웅이었다.


밴드의 신곡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분명 추억팔이를 하기에 좋은 노래도 있지만 이제 음악을 만들어내는 역량 자체가 바닥이 난 것 같은 노래도 있었다. 어설프게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노래가 된 것도 있었다. 물론 너무 좋아서 아직 이 밴드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노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앨범 전체를 들은 것 같았다. CD가 있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모든 노래를 다 들어야 했지만 요즘 같은 스트리밍에서는 싱글로 나온 노래나 유명한 노래가 아니면 기타 잡다한 앨범의 트랙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나 가수를 깊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았다. 요즘 가수들의 노래를 잘 듣지 않는 것도 내가 이렇게 느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음악을 듣다가 방 한 구석에 모아둔 CD들을 잠시 살펴봤다. 먼지만 쌓인 CD들이었다. 예전에는 CD를 들을 수 있는 매체들이 많았는데 이젠 찾기도 어려워졌다. 나조차도 이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소비하니 CD를 들 기계조차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하다못해 이젠 컴퓨터에서 CD를 읽는 장치조차 없으니 더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일종의 장식품이 되어버린 CD들이었다. 

오랜만에 CD로 음악을 듣고 싶어 인터넷에서 CD를 재생할 수 있는 장치들을 찾아왔다. 벽에 걸 수 있는 CD 플레이어, 정말 옛날 모양의 오디오 플레이어 등 몇 개 상품이 나오지도 않았다. 이젠 정말 이걸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벽걸이 CD 플레이어라도 사서 인테리어 겸 음악 감상용으로 쓸까 잠시 생각해봤다. 스트리밍으로 금방 금방 원하는 앨범을 찾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과연 이게 합리적인 소비일까 생각하던 나는 결심을 하고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과연 좋을지, 음질이 괜칞을지에 대한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아날로그의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어서 상품이 도착했으면 좋겠다. 

방을 다시 둘러봤는데 예전에는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던 이어폰들도 이젠 고장이 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예전에는 MP3플레이어도 고음질이 재생되는 것을 찾고 헤드폰과 이어폰도 좋은 품질의 상품을 찾곤 했는데 요샌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니 그런 것들이 다 걸리적거리는 것이 된 것 같다. 나조차도 이젠 블루투스 이어폰을 맨날 찾고 귀에 꼽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2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았다. 음악을 듣는 나의 습관도 바뀌었고 듣는 장비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변함이 없었다. 음악적 꼰대가 되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방 한가운데에 앉아서 좋아하는 밴드의 신보를 들으며 나는 계속 옛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웠던 경험, 그리고 그때의 추억들을 말이다.

좋아하는 밴드는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며 나의 지금 추억이 되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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