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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급 아파트 1층 집의 현실

담배꽁초로 시작된 피해와 외로운 싸움

by 우주소방관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집에 처음 이사 오던 날, 나는 설렜다. 우리 앞마당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과 바람을 쐬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마치 ‘우리 집’이라는 공간을 완성시켜 주는 마지막 조각 같았으니까.


흰색으로 보이는 것들이 전부 담배꽁초다

하지만 바로 그날, 그 기대는 무너졌다. 마당 전체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걸 본 아이가 “이건 뭐야?” 하며 손을 뻗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막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묘한 불쾌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을 마당에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매일 쓰레기를 치우며 마음을 다잡아보려 했지만, 담배꽁초는 하루 이틀로 사라질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관리사무소에 수차례 요청을 하고 증거사진도 계속해서 보냈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최근에는 다른 유닛으로의 이사까지 요청했다. 그런 내게 남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차피 잘 쓰지도 않잖아. 그걸로 계약 해지까지 이야기하면 괜히 우리가 미운털만 박히지 않을까?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남편 생각처럼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더 조용하고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매일 아침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작은 꽁초들과 다 쓴 라이터 그리고 빈 담뱃갑이 내 마음을 긁는다. 그건 단순한 쓰레기들이 아니라,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증거로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표현하는 일이 낯설거나 유난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불편한 일이 생기면, 대부분은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이건 어렵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으로. 그리고 그런 말은 특별하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그게,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 거다.

지금은 여전히 무섭고,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지만, 이 싸움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에게 확인받고 싶다.


이사까지 고민하는 이유는,

그저 더 깨끗한 집을 찾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 집이 정말 내 집처럼 느껴졌으면 해서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바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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