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말보다, CEO의 한 줄이 더 강했다
지난주, 나는 꽤 강한 어조로 이메일을 오피스에 보냈다. 세 달 가까이 반복된 문제였고,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첨부한 사진들에는 다시 마당에 버려진 담배꽁초들과 라이터가 찍혀 있었고,
그 아래엔 이렇게 적었다.
“Do we really have to wait until an accident happens for something to be done? If this problem is not resolved during the next rental period, I request to begin the process of relocating.”
나는 답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돌아오는 월요일, 오피스에 직접 들렀다.
독립된 오피스룸 안에 직원 한 명이 있었고, 그녀의 이름은 메건(가명)이었다.
평소 다른 직원들보다 높은 직책처럼 느껴졌기에, 오히려 내 문제를 어필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며칠 전에 메일을 보냈는데, 확인해 주시고 답장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이상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내 메일에 아무런 답이 없었기에, 이참에 얼굴 보고 정중히 요청하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대화는 오가지 않았고, 진짜 논쟁은 집에 돌아온 뒤, 그녀의 이메일 회신에서부터 시작됐다.
도착한 메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만 보면 평범한 회신 같았다.
하지만 곧 이어진 문장은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임대료는 평소처럼 납부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통지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임대료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던가?
사실, 그날 내가 보낸 메시지는 이랬다:
“며칠 후면 다음 달 임대료를 납부하게 됩니다. 그 비용에는 마당 사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 가족은 그 공간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계약 조건에 어긋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마당이 계속해서 담배꽁초로 오염되어 있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정상적인 계약 이행이라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였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마치 내가 돈을 빌미로 협박하는 세입자라도 된 양, 법적 통지를 운운하는 위협 섞인 문장이었다.
너무 화가 났고, 마음이 상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정중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회신했다.
“저는 한 번도 임대료를 미루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계속 성실히 납부해 왔고, 문제 삼은 건 오직 하나! 우리 가족이 안전하게 마당을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추가로, 나는 계약서의 제15.4조를 인용했다.
“거주자의 건강과 안전을 실질적으로 해치는 조건이 제때 개선되지 않을 경우, 텍사스 주법에 따라 세입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주거환경을 지키기 위한 필요 조치입니다.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며, 저는 충분히 인내했고 진심을 다해 소통해 왔습니다.”
이 이후로는 어떠한 회신도 없었다.
속은 타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쯤 후,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찾아왔다.
중요 업무로 은행에 들렀을 때, 직원의 친절한 응대에 마음이 열려, 나도 모르게 아파트 마당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조언해 줬다.
“경찰이나 311보다, 본사나 윗사람한테 직접 연락하는 게 훨씬 빨라요. 운영하는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보세요. 거기 이메일 주소 있을 거예요.”
정말 좋은 생각 같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파트 본사의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운영사의 CEO, Mr. Boss(가명)의 인사말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나는 언제나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나는 그 문장 하나에 기대어 이메일을 보냈다.
세입자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이 문제를 오랫동안 감내해 온 한 사람으로서.
Despite multiple reports and requests to the on-site management, the problem has continued for several months without effective resolution. It’s disheartening to feel so helpless about a situation that affects our daily life and well-being.
진심을 다해 썼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메일을 보낸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CEO 측에서 회신이 왔다.
그러더니 곧바로 오피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CEO한테 메일 보내셨나요?”
전화를 받은 메건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당황한 듯했다.
“저희는 이미 해결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라고 묻길래 나는 짧게 답했다.
“직접 우리 집 마당에 와보시면 아실 거예요.”
잠시 후, 오피스 직원 두 명이 마당에 나와 담배꽁초와 라이터를 하나하나 수거했다.
그리고 이메일 한 통이 다시 도착했다.
We picked up the cigarettes and lighter from your yardand will check back again tomorrow to monitor the situation. If the problem persists beyond June 15th, we can definitely discuss alternative options, including the possibility of transferring to another unit, as you mentioned.
그제야 비로소,
마당 문제는 ‘해결’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 만큼 정리되었고, 유닛 이동이라는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열렸다.
세 달 동안 내가 해온 모든 싸움이,
단 몇 분 만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결국, 힘은 위에서 내려올 때 가장 빠르게 통한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임대료 미납을 운운하며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던 메건(소피아).
그 회신 한 통이 주었던 불쾌감은
솔직히, 마당에 흩어진 담배꽁초보다 더 지독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직접 움직이게 된 그 순간,
억울함 너머의 묘한 시원함이 속을 뚫고 지나가는 듯했다.
놀랍게도, 그날 이후 삼일째 마당이 깨끗하다.
매일 아침 버릇처럼 버려졌던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떤 압박이 있었든, 이제는 내 알 바 아니다.
그저, 마당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
오랜만에 깨끗해진 나의 공간을 바라보며,
작고 조용한 행복이 마음 안으로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