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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자 맞는데, 왜 아니라는 걸까

I-90 거절 통지서, 의문의 Alien Number

by 우주소방관

2월 1일, 우리 가족은 미국에 도착했다.

이민 비자를 받고, 이민자 전용 입국 심사대를 거쳤다.

CBP 오피서가 여권에 ‘I-551 임시 영주권 스탬프’를 찍어줬고,

그걸 보며 ‘이제 나도 영주권자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지난 5월, 영주권 카드 배송 오류로 실물 카드를 받지 못해

이민오고 I-90 재발급 신청을 했는데,

https://brunch.co.kr/@spacef-fighter/183


2달 뒤 도착한 결과는 너무 황당했다.

당신은 영주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청이 거절되었습니다.”


나는 분명히 스탬프를 받았고,

그 사진도 USCIS에 제출했는데 왜?

너무 이상해서 다시 처음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스탬프에 적힌 A-number(Alien Registration Number)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남편 건은 9자리인데, 나와 아이들은 8자리였다.

중간에 숫자 하나가 빠진 것 같았다.

CBP 오피서가 손으로 써준 숫자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된 걸지도 모르겠다.


일단 변호사님께 I-90 거절 통지서를 보여드리며 상담을 요청했다.

변호사님은 CBP에서 USCIS로 정보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을 말하며,

InfoPass 예약을 통해 직접 USCIS에 가서 설명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바로 USCIS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예약을 시도했는데,

콜백을 주겠다는 말만 반복되다 결국은 예약 거절 안내 이메일이 왔다.

콜백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끝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통화에서 거절 통지서에 적혀 있던 A-number가

스탬프에 있던 번호와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바로 나의 ‘진짜’ A-number였다.


하지만 통화 내내 USCIS 직원은

“받으신 거절 통지서를 천천히 읽어보시고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스탬프는 이미 만료됐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forget about it), 이의신청만 하세요.”

이런 말만 반복했다.


누가 몰라서 이러고 있겠나 싶었고,

그 태도에 이 상황이 더 미워졌다.


그러는 사이, 이의신청이 가능한 30일 마감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변호사님께 급히 연락을 드렸고,

지금 상황에선 Form I-290B 이의신청만이 유일한 방법 같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변호사님께로부터

“더는 도움드리기 어렵습니다”라는 답장이 왔다.

다른 변호사를 소개해주셨고,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그 변호사에게 상담 요청 이메일을 보냈다.

15분 상담에 100불이라지만, 지금은 망설일 상황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다행인 건,

나만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

남편은 문제없이 영주권 카드를 받았고,

아이들 역시 아직까진 아무 문제 없이 I-90 심사 중 상태로 남아 있다.

나 혼자 겪은 일이라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아이들까지 같았으면, 진짜 감당 못 했을 거다.


나는 지금, 이의신청을 혼자서라도 해보려고 한다.

변호사 도움 없이 시작하자니 막막하긴 한데,

시간이 없다.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 일이 왜 생긴 건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놓칠 수 있는 끈 하나라도 꼭 잡고,

정신 바짝 차리고,

내가 ‘영주권자’ 임을 다시 증명하는 일.

지금은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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