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acehost Aug 06. 2023

꽉 찬 집

성북동_정창윤

사람이 살지 않아 '빈 집'이라 부르는 장소는 사실 주인이 바뀐 것이지 비어있지 않다. 흔히 잡초라 불리는 이름 모를 야생식물들과 도시 생활에 적응한 고양이, 쥐, 새들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 만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들이 보고 듣지 못할 뿐, 빈 집에는 생명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사람에게는 좁다고 생각될 작은 마당도 식물이 뿌리 잡기에는 충분히 넉넉하다. 바람에 날려 또는 누군가의 몸에 붙어 이곳에 싹을 틔운 생명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분명 이곳은 동네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에게 좋은 휴식처이자 인간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일 것이다. 그냥 이대로 계속 사람이 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이 사회가 비인간 생명들에게 더 친절한 사회였다면 이곳을 지자체에서 매입해서 지금 이대로 '빈 집'으로 유지함으로써 도시생태계를 관리하는 정책도 누군가 제안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오히려 지금보다 담을 더 쌓고 출입문을 없애는 편이 더 좋겠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훔쳐보거나 들어가 보지 못하도록. 




ⓒ2023. 공간주.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길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