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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Aug 20. 2023

기억과 장소사이

충신동.창신동_이정옥

한양도성을 사이에 두고 도성 안은 서울이고 도성 밖은 서울이 아닌 것이 된다. 왕이 거주하며 4대궁이 있는 곳이며 나라의 중요한 업무가 일어나는 곳이였다. 가시적으로 지금의 서울과 비교하면 행정지도상 부피가 늘어난 것과 비례로 욕망 또한 커졌다. 


나는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 땅과 가까운 단독주택에서 살아왔다. 39살이 되서야 가족과 이사를 가면서 계단이 있는 2층에 인생 후반기를 맞이했다. 실외배변을 하시는 동거견 10살 누아로 인해 하루 기본 3번씩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하기만 하다. 한번은 엄마가 계단에서 넘어지고 누아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계단을 오르면서 헛발질은 한다. 체력 좋은 오빠도 비 오는 날 엄청 크게 계단에 엉덩이를 박아버리고 다음날 계단 하나하나 미끄럼방지 스티커가 두줄씩이나 붙어있었다. 우리 식구들에게 집으로 가는 계단은 여전히 어색하다.


한양도성 가까이에 붙어 있는 창신동과 충신동의 지대는 높으며 오래된 집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있다. 골목들이 물길을 휘갈긴 것처럼 방향감각을 떨어지게 만든다. 네이버지도가 없었다면 여기가 어디냐고 징징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길은 늘 열려있고 작은 물길(주거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큰 물가(상업지구)를 만나게 된다. 

어린시절 자라온 환경이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환경 아니, 비슷한 환경으로 끌어 당긴다. 문화예술이 즐비한 이화동 옆은 충신동이며, 오래된 시장이 현재까지도 경쾌한 동대문 옆은 창신동이다. 걷기만해도 다양한 거리 풍경에 마음까지 명랑해진다. 살아 숨쉬는 이런 환경에 익숙한 나로써, 이곳을 재개발 후 아파트를 짓는 것에 반대를 했다. 평생 돌아가지 못할 고향을 짓밟는 무차별 폭력 같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매일같이 공사소음에 사라짐과 새로운 것에 비자발적으로 익숙해져야만 하는 자본주의 폭력을 바라보면서 왜지...뭐지...

재개발은 왜 꼭 아파트여야만 하는가? 


도시의 작고 긴 물길을 걸으면서 생각을 해본다.

며칠전 '해더윅 스튜디오' 전시와 '집의 시간들'ebs 다큐프라임을 본 후 확실해졌다. 매일 머무는 집과 주변을 감싸는 건물의 모습에 인간의 감정은 변하고 적응한다. 해더윅은 지금 사람들은 '지루함'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 단순하고 단조로운 건물을 보면서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기후위기에 크게 한몫은 하는 것은 물론이거와 전세계적으로 똑같은 형상으로 잦은 철거와 병을 유발하는 건물로 새로 짓는 다는 것이다. 두 영상은 언어만 다를뿐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환경과 다양성을 강조한다. 인간을 위한 건물은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다.


나무와 흙이 머문 한양도성을 따라 걸으며 성북동 파란대문집으로 간다. 50분가량 소요되었지만 걷는 내내 내 옆에는 저마다 다른 감성을 뿜어내는 건물들이 동행한다. 즐거운 시간이다. 


이제, 개인의 기억을 기초로 장소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우리는 이럴때 욕망을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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