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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Aug 30. 2023

성북동의 두 얼굴

성북동_변유경

"부촌과 빈민촌이 비탈길에서 만나는 곳"


구름이 적당히 낀 일요일, 우리는 성북동 답사에 나왔다. 가을이 문턱이라 집집마다 심어놓은 쪽파에서 파란 싹이 얼굴을 내밀고, 높지 않은 지붕 위에서 빨간 고추를 말리는, 그런 동네였다.


[사진1] 성북동 ©변유경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성북2구역이었다. 북정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지도에서 보면 동그란 모양으로 길이 나 있는 곳이다. 마을 안의 작은 골목을 미로처럼 따라가다 보면 어디로 가든 동그란 원을 가로질러 나오기 마련이었다. 북정마을은 다른 탐방지역과는 달리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더러 있는지 근처에 트렌디한 카페와 갤러리도 보였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재개발이 계획되어 있고, 타운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가 이곳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거다.



“이곳은 북악산근린공원, 서울한양도성, 와룡공원, 성북우정의공원 등이 가까이 있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여기에 서울다원학교, 성북초등학교, 서울과학고등학교, 경신고등학교, 서울국제고등학교 등이 주변에 있어 무난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북정마을에서 내려와 골목에 몸을 맡기고, 큰 길이 나왔을 때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성북5구역이 나온다. 성북5구역도 아직 사람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더러는 내부 공사를 더하여 상업 용도로 사용하려는 듯한 건물도 있었다. 혜화동과 가까운 이유에서인지 동네 곳곳에서 젊은 주민들도 마주했다. “여기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사나 봐요?”라는 질문에 정옥씨는 “작가들!”이라며 명쾌하게 대답했다. 달동네에 사는 젊은 작가들이라! 비탈길을 오르면 어느새 저쪽 너머로 한양도성이 보이고, 그 아래 집들은 다 고만고만해 보였다. 나는 왜 이런 집들이 낭만 있어 보일까. 어느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이런 골목에선 연인들이 손을 잡고 밤길을 천천히 걷는다.


[사진2] 성북동 ©변유경


대부분의 재개발 지역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비탈 지형에 있다. 비탈 지형은 밖으로부터 접근이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부촌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성북5구역에서 뒤로 조금 걸어가면 대사관저들, 그리고 기생충 박사장이 살 것 같은 부촌이 나온다. 여기에 차가 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동네의 깊은 곳으로 갈수록 산과 가까워지고, 한 골목의 끝에는 산의 일부를 사유지로 만들어 외부와는 차단된 주거단지도 있었다. 이곳에서 마주친 건 넓은 길을 오고 가는 차 몇 대뿐. 보이는 사람은 없지만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카메라에 담겨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감시당하는 듯한, 나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비탈길에 위치한 부촌의 꼭대기쯤산허리를 지나는 오솔길을 따라  발짝 가다 보면 성북1구역으로 통한다불과  걸음을 두고 부촌과 빈민촌이 나뉜다이런 극렬한 대조를 보고 빈부격차라고 하는 건가빈자와 부자는 모두 비탈 동네를 좋아하지만서도아마도 가까운데 있는 서로의 존재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까빈부격차가 늘어나는 지금우리는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을 몰아내고  공간을 개발자로 채우려 하고 있다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향한 미움과 거리감만을 키우고 있다.

 

참조기사:

*[아유경제_재개발] 성북2구역 재개발,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에 포스코이엔씨 유력. 2023년 7월 28일. 김진원 기자. http://m.areyou.co.kr/articleView.html?idxno=78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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