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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Sep 17. 2023

도시에 사는 사람

충신동.창신동_변유경

길을 걸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은 후에 지도를 통해 구석구석 퍼즐처럼 맞춰지고 전체적인 흐름이 이해 가기 시작하는 경험을 한다. 이번 충신동과 창신동 답사도 마찬가지였다. 혜화문을 시작으로 한양도성을 따라 남쪽으로 쭉 걸으면 낙산공원에 도달한다. 낙산의 일부인 한양도성을 기준으로 충신동과 창신동이 나뉜다. 충신동과 창신동 지명은 이전에 존재하던 지역 명칭을 1910년대에 일제가 바꾼 것으로, 지역주민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기존에 있는 지역명을 활용한 것이라 한다.


[사진1] 낙산공원 근처 한양도성 ©변유경


하지만 답사 내내 나의 상상력은 일제강점기보다 더 이전인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에 돌아가 있었다. 지금이야 사대문 안과 밖을 구분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이전에는 도성이라는 경계가 내부인과 외부인을 가르는 기준이었을 것이다. 충신동은 도성 안에, 창신동은 도성 밖에 있었겠지만 이제는 옆 동네 마실 다니듯 도성을 넘나 든다. 삶의 공간이 확장되고 나서야 의미가 없어진 구분이다. 이전에는 도성 밖 황무한 산이었을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또 다른 도시를 만들고, 식민시대와 전쟁을 거쳐 지금까지도 그 시절의 기억들이 제법 남아있었다.


충신1구역

재개발지역이라는 충신1구역은 사람 한 명 간신히 지나갈 법한 골목길이 많았다. 좁은 길목에 항상 그늘이 져 있는 이유인지 벽에는 검은 때와 이끼가 끼었고, 그 때문인지 약간의 습한 냄새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속박감까지 느껴졌다. 길 중간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길고양이의 배변 흔적을 보며, 방충망으로 덮인 어느 집 열린 출입문을 지나칠 때 어쩌다 들리는 일요일의 찬송가를 들으며, 그래도 이곳에 삶이 있구나 생각했다.


창신9구역, 창신10구역

오후 느지막한 시간, 골목길이 교차하는 그늘에 동네 할머니가 삼삼오오 모여있다.


“아! 일단 나와, 나오라고! 여기 다들 모여있으니께!


어떤 할머니가 스피커폰으로 미쳐 나오지 않은 다른 할머니까지 부른다. 동네를 걷는 몇 시간 내내 이런 할머니 모임을 몇 번이나 마주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지나치며 대화에 귀를 기울이려 하면 할머니들은 그때만큼은 목소리를 줄이고 이야기하시는 것이다. 아마도 동네 주민이 아니면 그들의 대화를 들을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할머니 무리를 지나쳐 창신동의 정수리까지 올라가 흘러버린 땀을 채석장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서서 말린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게 이제 가을인가 싶다. 마을버스도 안 다니는 이곳까지 할머니들은 어떻게 오르내릴까? 더군다나 회오리 골목을 지나면서 내 생각은 확고해졌다; 아, 이곳에 살다 간 내 발가락이 다 나가겠구나.


[사진2] 창신동 봉제거리 부근 ©변유경

 

창신동은  어느 곳보다 도시의 역사와 사람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곳이었다특히 봉제거리에서는 이전에 한참 분주했을 시기의 박진감까지 느낄  있었다상가 형태로 지어진 건물 1층의 철제문을 열면 재봉틀 앞에서 집중하여 실을 꿰는 재봉사들이 아직도 있을  같은… 봉제거리에는 잇고 핀다는 이음피움 봉제 역사관 외에도 관련 인물과 역사를 기념하는 팻말들이 거리 곳곳에 붙어있었다. ‘동대문  여자 불렸다는 어떤 유명한 봉제사의 이야기재단의 달인이었다는 어떤 재단사의 이야기 모든 것들이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닐 터인데

 

창신동의 끝자락 네팔음식거리에는 이제는 이민자들의 터전이  우리 사회의 현실도  보여주었다지금의 모습은 미래에 어떻게 기억될까내가 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언제의 기억일까도시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알지 못했던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고 내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서울을  사랑하게 된다역사와 지역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 모습을 그려놓는 것이 지금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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