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_이관석
1. 서울에 올라와 옥수동이 재개발되기 전에 그렇게 들락거렸던 이유는 (유창한 서울말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한석규 배우가 너무 닮고 싶었던 이유가 더 컸겠으나) 어릴 때 몇 번이고 보았던 드라마가 "서울의 달"이었기 때문이다. 연극 제목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처럼 압구정이 내려다 보이고, 마당에서도 한강이 보였다는 그곳도 이제는 누군가에게만 허락한 전망을 가진 곳이 되었고, 비슷한 한남동도 이제는 같은 운명을 맞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 보광로의 터줏대감 같은 보광마트에서 우사단로 도깨비시장까지 보광로24길과 장문로45바길 언덕을 숨넘어갈 때까지 오르다 보면 이름부터 웅장한 래미안 첼리투스가 눈에 들어온다. 한강 고도제한을 화끈하게 풀었을 때 야심 차게 올라 강변북로 올림픽대로의 이정표 노릇을 톡톡히 하는, 동부이촌동의 새로운 랜드마크. 한강은 그저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고 흐를 뿐이지만 부의 불평등은 전망도 오롯이 소유한다. 그들에게만 허락된 기꺼이 가져가도 될 것, 어떤 이들에겐 잠시라도 허락되지 않는 것. 2023년이 지나면 또 하나의 한강전망이 (늘 그래왔듯이)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될 것이다.
3. 이주가 시작될 한남3구역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어느 유일신,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곳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면 되나요. Domine quo vadis? 마침 멀리서 이 순간을 내려다보는 건물, (래미안)첼리투스의 뜻이 "천국으로부터"라고 하니 이 또한 오늘 산책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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