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의 비애

출근길 JOB 생각 .32

by Bigwave

퇴근 후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화요일은 주간보고서 준비로 늦게 끝나는 것을 알고 있던 그녀이기에 이 시간에 연락하는 일은 드문 일이였다. 무슨 일이지 하는 불길한 예감에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그녀의 울음소리.

4d32ff4b-0718-4d60-9204-c5f8cb51755b.png

그녀는 울면서 힘들다고 말했다. 서럽게도 울먹이며 그저 힘들다고 했다. 그 옆에는 이제 35개월 된 아들의 종알되는 소리도 들렸다. 놀란 마음에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내는 그저 힘들다며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는 이내 아들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천진난만하게 전화를 넘겨받은 아들은 아빠 언제 오냐며 투정을 부렸다. 엄마가 왜 우냐고 묻자 아들은 동생이 때렸다고 답했다. 직감하건데 분명 이것은 아이를 봐주시는 장모님과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아내의 갈등임이 분명했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평소 교통비에 몇 배가 넘는 3만 5천원의 비용을 지불한채 부랴부랴 장모님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두 아이의 육아로 인해 평일에는 장모님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40여분의 질주 끝에 도착한 집은 이미 컴컴했다. 어두운 거실을 지나 방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불꺼진 방안에서 아내는 울다 지쳐 잠이 들어있었고 그 옆에 아들 내미는 혼자서 징징대며 앉아있었다. (17개월 된 딸은 장모님과 함께 잔다.) 나는 일단 울먹이고 있는 35개월 아들을 달래며 그 옆에 누웠다. 그리고 아들을 재운 후 고민에 빠진다. 분명 장모님께서 애들을 보다가 지치셨고 야근 후 늦게 들어온 아내를 보자 화가 나셨으리라. 더불어 사위라는 놈도 매번 늦게 들어오니 화가 나실만도 하다.


나 역시 주말이나 혹은 일찍들어오는 평일이면 두 아이들 밥을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는데 그 노동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함을 느낀다. 정말 한 시간만 있어도 지쳐쓰러질 정도다. 하물며 하루 종일 두 아이를 홀로 봐야하는 장모님의 입장에서는 힘든 것도 힘든 것이고 외출도 마음대로 못한다. 얼마나 답답하시겠는가. 그나마 나나 아내가 일찍 들어와 저녁에라도 봐주면 한 숨 돌릴 수 있으련만. 남의 돈을 벌어 먹고 사는 맞벌이 직장인 부부는 그렇게 녹록치 않다.


둘이 벌어야 겨우 월세 내고 은행이자 내고 애들 교육비에 식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서민의 삶을 사는 우리네 부부는 저축은 커녕 하루를 버티기 위해 일한다. 거기에 애들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이따금씩 다가와 마음을 후벼판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이면 부모로서도 자식으로서도 면목이 없다.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급하게 집으로 향하던 순간. 거칠은 고속도로를 쏜살같이 달리는 택시 안에서 이대로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렇게 어두운 마음이 한켠에서 피어올랐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