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에 장모님 댁에 두 아이를 맡긴다. 5살과 3살인 두 아이가 한창 투정 부리고 때를 쓰는 나이라 보는 사람은 잠시만 있어도 지칠 수밖에 없다. 건장한 30대 부부인 우리가 주말에만 애들을 봐도 1시간이면 지쳐서 한숨이 나오는데, 주중에 아이들을 보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얼마나 더 지치실까?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반대로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일 때문에,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나와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밤에 들어간다. 결국 평일에는 아이들이 깨어 있는 모습을 못 보고 산다. 애들은 엄마 아빠에게 받아야 하는 사랑을 유튜브 영상으로 때운다.
어느 날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엘리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러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엘리라고 대답하는 아들. 그러려니 했다. 딸에게 물었다. 딸, 아기 상어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역시나 망설임 없는 대답. 아기 상어가 좋단다.
아내와 나는 부모로서 그리고 자식으로서 면목이 없다.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자식에게도 미안하다. 이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들의 삶이다. 그런데도 뉴스에서는 연일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대책이 있을 수가 있을까? 회사에서는 아이들 때문이 일찍 간다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하며 팀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린이집 유치원에는 전화해서 오늘은 늦는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사정사정하는 하루를 겪고 있는데.
주변에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절대 결혼은 하지 마라. 고생이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마라. 고생한다. 아이를 낳더라도 1명만 낳아라. 2명은 감당 안된다. 2명 이상 낳고 싶다면 남자, 혹은 여자 혼자서 돈을 벌어 가정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편이나 아내 둘 중에 하나는 아이에 전념해야 한다. 그럴 재산이나 용기나 방법이 없다면 절대 아이는 2명 이상 낳지 마라.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지 신경 쓰지 마라. 고생은 네가 하는 거다.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전우들끼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공감한다. 우리 세대의 고통을 지금 팀장, 부장급인 50대 이상의 아저씨들은 모른다고. 같은 남자지만 그들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본인들이 살았던 세대는 혼자서 벌어도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지금 세대는 혼자 벌어서 가정을 꾸려나간 다는 것은 대기업 이상의 연봉 아니고서는 정말 힘들다.
그리고 그 고통을 이해 못하는 그네들이 우리 상사로 있기에 우리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애들을 키우는데 얼마나 힘이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우리를 일하기 싫어 핑계나 대며 요령이나 피우는 젊은것들로 볼뿐이다.
지금 이 시대에 애를 낳고 부모로 산다는 것은 죄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부디 당부한다. 고통 속에 살고 싶지 않으면 부디 애를 낳지 말라고. 그게 본인의 행복을 위한 길이다. 부모의 희생과 헌신만 있다고 애를 키울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