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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wave May 24. 2020

회사가 망하기 전 나타나는 5가지 징조

출근길  JOB 생각 .61

전에 다니던 회사가 망했다.


이직한 지 2년이 지난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전에 다니던 사가 다른 인수었다는  것이. 그때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이 오랜만에 찾아와 전한 소식이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불안함이 섞여 있었다. 회사가 흡수 합병되면서 임원들이 모두 날아갔기 때문이다. 본인들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다행인 건 회사가 완전히 망한 게 아니고 다른 회사에 흡수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당장(?) 자르지는 않는다. 일단 회사는 돌아가야 하니깐. 또 실적이 좋은 부서는 남겨두고 계속 갈 수도 있고 실력이 좋은 직원은 인정을 받아 더 승승장구할 수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내가 당시 회사를 다닐 때 난 팀장급이었고, 덕분에 재무제표 및 영업실적 등 회사와 관련된 숫자를 볼 기회가 많다. 물론 그 때문에 이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회사가 망해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꼭 그런 정량적인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망할 것이라는 정성적인 징조가 있었다. 아래의 5가지 사항이 회사 내부에서 보인다면 슬슬 이직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1. 핵심인재가 다 나갔다.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해외파 인재들이 많았다. 그들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는 정말 낯선 사람들이었다. 문화도 그렇고 생각하는 방식도 한국인의 고정관념과는 많이 달랐다. 쉽게 말하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이었다. 본인의 수지타산에 안 맞는다 싶으면 쉽게 회사를 옮기기도 하는 분들이었는데 그런 분들이 한꺼번에 다 회사를 나간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국내파 중에서도 실력이 좋은 분들까지 나갔다. 한 달 뒤에는 를 이끌어 주던 내 상사도 이직을 하며 회사를 떠나갔다. 결과적으로 회사를 먹여 살리는 핵심인재들이 다 떠난 것이다.


2. 예산이 줄었다.

당시 나는 기획팀의 팀장이었고 연간 쓰는 예산이 몇십억 원 규모로 프로젝트 하나당 쓰는 예산이 억 단위였다. 그런데 매년 갈수록 회사 수익이 줄어들게 되었고 예산이 신기하게도 매년 반토막 나고 있었다. 올해는 작년의 반 내년은 올해의 반. 업무 양과 강도는 똑같은데 예산은 계속 줄어드니 결국은 인력을 갈아 넣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나중에는 인력을 갈아 넣어도 완수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렇다고 인력을 더 뽑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로 핵심 프로젝트를 하나둘씩 취소했고 그만큼 회사 이익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3. 외부 거래 업체가 줄어들었다.

프로젝트가 줄어들다 보니 우리에게 일감을 주던 회사, 그리고 우리가 일감을 주는 회사와의 거래량이 확연히 줄었다. 그만큼 서로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이 늘어났고 감정소비도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일은 일대로 안되지 사람에게 오는 스트레스는 늘었지 정말 아침마다 출근하는 게 고통이었다.


영업부서가 아닌 기획부서의 팀장이었던 나까지 영업사원을 따라 업체에 PT를 하러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회사의 매출을 위해 모든 방안을 다 강구했으나 매번 돌아오는 것은 거절의 말이었다.


4. 상사(임원)가 매일 화를 낸다.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힘들었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이해는 된다. 매출도 줄고 실적도 없고 상황은 악화되니 압력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힘들수록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하고 직원들 불러서 화만 내고 있으니 서로 감정소비만 하고 있는 것이다.


임원들은 늘 화를 내지만 사실 그들도 대책은 없다. 사업의 구조를 바꿔 새로운 전환을 해야 되는데 대부분 임원(고인 물)들은 지금까지의 성장을 주도했던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에 혁신이 힘들다.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된다.


5. 직원들이 딴짓을 많이 한다.

나는 당시 팀장급이라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도 있었지만 아래에서 오는 부담감도 많았다. 일이 줄다 보니 놀고 있는 직원이 눈에 보였다. (그전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 등 업무 관련 외의 일들을 하는 사람이 보였다.


물론 하루 종일 일만 할 수는 없다. 잠깐의 딴짓도 필요하다.(나도 늘 딴짓을 한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밑에서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결국 몇 달 후에도 나도 건강상의 문제로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쳐주고 자극을 주는 환경도 중요하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스스로가 알 것이다. 내가 10년 뒤에 어떻게 될 것인지. (옆에 앉아있는 상사를 보자. 참고로  난 글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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