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음악 이야기] 소년이 온다&방탄소년단
큰 딸은 중3. 이마 여드름이 머리까지 번져 지성용 샴푸가 필요하다며 세상의 온갖 샴푸를 다 뒤질 냥으로 나를 조른다.
“머리 냄새가 쩔어. 엄마 빨리 지성샴푸 좀 구해줘~”
“응, 지난번에 니가 고른 거 영에 가봤더니 없더라. 인터넷으로 구해볼까?”
“알았어. 엄마~빨리. 애들이 내 머리 냄새가 지독하다고 해. 빨리 좀 구해줘~”
한창 성장기. 각종 평가와 시험으로 늘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학교 진학을 코앞에 두고, 좋아하는 미술은 취미로 할 거라며 일반고에 가겠다고 한다. 매일 일찍 일어나 얼굴 여드름약 바르고 꼼꼼하게 화장도 잊지 않는다. 체중관리 때문에 탄수화물과 밀가루는 안 먹겠다고 선언하더니 얼마 전부터 칼로리가 낮다는 곤약을 즐겨먹는다. 아침마다 끓기 시작해서 3분만에 끄면 완성되는 삶은 계란 반숙을 맛있게 먹어준다. 눈 나빠진다고 그렇게 말려도 안경 대신 써클렌즈를 끼고 셀카를 찍어댄다.
요즘 세대 15세 큰 딸과 중년의 내가 요즘 통하는 게 있다. 문학과 음악이다. 요즘 읽고 있는 한강 소설들. 그리고 방탄소년단. 집에서 함께 뒹굴뒹굴하며 소설을 이야기하고 도심의 밤거리를 산책하며 함께 BTS의 음악을 듣는다. 딸과 이렇게 통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을 만큼 행복하다.
“엄마, 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 읽었어?”
“아니, 읽다가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끝까지 보진 못했어. 넌?”
“학교에서 택시 드라이버 영화도 함께 봤어. 광주민주항쟁에 대해서 토론도 했어”
내가 중학교 다닐 때만해도 광주항쟁은 말하기도 힘들었고 몰래 이야기하는 소재였는데, 중학생인 딸은 학교에서 소설도 읽고 영화로 함께 보고, 토론도 한다니 너무 반갑고 신기하다. 아직 실체적 진실은 상당부분 가려져 있고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딸과 나눌 수 있어서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속으로 감탄, 또 감탄하고 있다.
“엄마, 책을 읽으면서 두렵고 떨리는데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경험은 참 신기한 거 같애.”
딸 아이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온전한 완결구조를 갖는 스토리. 산자와 죽은 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가는 새로운 전개 방식. 적나라한 세부묘사로 인간의 악의 근원에 접근해 들어가는 작가의 외로운 싸움이 느껴질 때마다 난 힘들어서 책을 덮어 두기 일쑤였다. 결국 다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을 했다. 그리고 다시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던 책이다. 그런데, 딸은 용케도 그 책을 두 번이나 읽고 스토리를 말하면서 나에게 꼭 다시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오늘 도서관 가서 꼭 빌리고 만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기다려라~얍!
“엄마, 요즘 방탄 멤버 중에 누가 좋아?”
“응, 멤버들 하나하나 다 특색있고 좋은데, 요즘엔 RM이 점점 좋아져. 늘 책을 보는 거 같애. 그리고 멤버들 챙기는 리더쉽도 있고, 언어 천재 같애.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겸손하고 말이야.”
“맞아, RM은 책도 많이 읽고 전시회도 많이 다닌대. 영감을 얻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게 멋져.”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인기 있는 케이팝 가수가 되리란 걸 그들 스스로는 알고 있었을까? 나는 요즘 뒤늦게 40대 ARMY로 입덕을 해버렸다. 거꾸로 역주행하며 방탄의 앨범 스토리와 뮤직비디오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 그들이 쉬지 않고 달려왔던 5년간의 이야기들을 샅샅이 다 뒤져보겠다는 심산으로 이야기와 상징을 해석해가며 눈이 빨개지도록 말이다.
어쩌면 한강의 소설과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말로 만들어낸 문학과 음악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새로운 문화지도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청춘과 중년이, 언어가 다른 인종들이 함께 세대와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행복하다.
Young Forever
- 방탄소년단
막이 내리고 나는 숨이 차
복잡해진 마음 숨을 내쉰다
오늘 뭐 실수는 없었었나
관객들의 표정은 어땠던가
그래도 행복해 난 이런 내가 돼서
누군가 소리지르게 만들 수가 있어서
채 가시지 않은 여운들을 품에 안고
아직도 더운 텅 빈 무대에 섰을 때
더운 텅 빈 무대에 섰을 때
괜한 공허함에 난 겁을 내
복잡한 감정 속에서
삶의 사선 위에서
괜시리 난 더 무딘 척을 해
처음도 아닌데 익숙해질 법한데
숨기려 해도 그게 안 돼
텅 빈 무대가 식어갈 때쯤
빈 객석을 뒤로 하네
지금 날 위로하네
완벽한 세상은 없다고
자신에게 말해 난
점점 날 비워가네
언제까지 내 것일 순 없어
큰 박수갈채가
이런 내게 말을 해 뻔뻔히
니 목소릴 높여 더 멀리
영원한 관객은 없대도 난 노래할거야
오늘의 나로 영원하고파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
Aah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
Forever ever ever ever
꿈 희망 전진 전진
Forever ever ever ever
We are young
Forever ever ever ever
꿈 희망 전진 전진
Forever ever ever ever
We are young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