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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B Nov 16. 2019

나를 위한 글쓰기

[필사적 필사] 황현산 선생

고 황현산 님의 ‘나를 위한 글쓰기 지침’을 신문을 통해 읽었다. 사실, 나는 황현산의 글이나 비평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고작 [밤이 선생이다] 산문집을 사서 띄엄띄엄 읽었을 뿐이다. 그래도 책 쓰기 사부가 추천해준 필사할 만한 명문장이라는 말에 올해 초 영등포 교보문고 책꽂이 꼽혀있던 책 한 권을 남모르게 집어 들면서 나만 아는 산문집을 집어 든 느낌에 묘한 흥분이 일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아침 접한 그의 타계 소식이 왠지 가슴 한편 이 아려온다. 내가 그의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지 못해서였을까?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도 아쉬움에 그가 생전에 했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또 읽는다. 진정 가슴에 와서 꽂히는 문장 몇 개가 남는다. 내친김에 [밤이 선생이다] 산문집도 챙겨 가방에 넣었다.


글을 쓴다면서 내 이야기를 어디까지 어떻게 할지 몰라서 막막했던 적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 상투적이거나 남의 생각이 아닌 나의 생각이 묻어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일러둔 부분에서 눈길이 멈춘다.


글을 쓸 때, 자기 자신을 잘 고백하고 자기 안에 있는 깊은 속내를 드러내면 좋은 글이 된다. 그런데 속을 드러내는 건 좋지만 속이 보이게 쓰면 안 된다. 속을 드러내는 것과 속 보이게 쓰는 건 다르다. 글로 이익을 취하려 하거나 사태를 왜곡하면 속 보이는 글이 나온다. 속 보이는 글은 사실 자기 속내를 감추는 글이다.”


자기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자기 자신을 잘 고백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속내를 보이는 것과 속 보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황현산 작가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솔직 담백한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생각과 고백에 주목했던 것 같다. 누구를 따라 하거나 늘 하던 상투적인 글이 아닌, 고유한 생각과 솔직함에 큰 점수를 준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속내를 훤히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어디까지 밝혀야 내 진실한 고백이 울림을 줄 수 있을까? 100% 순도의 진짜 내 생각과 내 고백일 때 진정성이 나온다. 속내를 감추다 보면 속 보이는 뻔한 글이 된다. 나도 속 보이는 뻔한 글보다는 속내를 내보이는 투명하고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어쩌면 나의 면상을 가감 없이 발가벗기고 나를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솔직한 내면의 소리, 진짜 나의 생각과 소리들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엊저녁 중3 큰 딸에게 처음으로 내가 쓴 블로그 글을 보여주었다. 유심히 보던 큰 딸이 엄마 이야기라서 너무 재미있다며 엄지 척을 해주었다. 그 누구에게서 받은 칭찬보다 기뻤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내 삶을 드러내자는 생각으로 글을 써야겠다.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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