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잊혀지지 않음, 그 천벌 속에서
우리도 사랑일까
순간에 참지 못한 외로움에 대한 확인,
함께 있고 싶은 욕망이었을까
이제는 더 이상 너를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그 어디에도 남겨두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널 만나고 지금껏
매일매일 매 순간
잊은 적 없었던 그 마음들을
싸서 어딘가로 멀리 유배시켜 버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너를 잊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매 순간 떠오르는 기억을
완전히 잊게 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할까
나처럼 너도
우리 만남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애쓰고 있을까
우리 만남을
친구로라도 지속시킬 수 있었다면
이 괴로움은 없었겠지
나는 지금 그걸 후회하지만
친구로라도 계속 만날 수 없는 지금의 천벌을
그냥 감당하기로 했다
가끔 내 빈틈을 파고드는 기억을
애써 웃어 넘겨도 보고
너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고
너는 아주 못된 이별을 했다고
너는 나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나쁜 기억을 주입해보지만
그래도 너는 잊혀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순간의 떨림과 욕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이겠지
둘만의 무덤속 비밀을 간직한
질긴 욕망의 동지였으나,
보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형벌의 주인공이 되어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매일매일 너를 곱씹으며 살아야겠지
잊혀 지지 않은 기억
억지로라도 떼어 내려는 부질없음보다
그저 한순간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웃으며 뒷모습을 바라봐야지
그렇게 다짐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서로를 보고 웃어줄 수 있는
사이였으면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영겁의 형벌 안에 내버려져
이대로 늙고 죽는 걸 받아들여야겠지
보고싶다.
나의 몸과 마음이 무던히도 외로운 날
널 찾아가고 싶다.
책임져야 할 많은 것들을
벗어던진 날
영혼의 연리지
핀란드의 숲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