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야, 나 그때 oo동에 자취할 때 있잖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무더운 여름날이었어. 여자 둘이 사는 집이긴 하지만 너무 더워서 베란다 문을 좀 열어뒀지. 나는 복도 쪽 방에서 자고 동생은 베란다 쪽 방에서 자고 있었어. 새벽 2시쯤 됐었나. 동생이 와서 나를 조용히 깨우는 거야. 베란다에 누가 있는 것 같다는 거야. 그때부터 심장이 심하게 쿵쾅대기 시작했지. 그 동네는 큰 길에서 고작 한 블록 들어와 있었지만 빌라들이 모여있고 가족들보다는 자취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였어. 게다가 차로 조금만 가면 술집이 가득한 유흥가가 있었지. 우리가 사는 곳은 5층짜리 빌라에 2층이었어. 1층에는 주인 가족들이 살았기 때문에 방범창도 설치되어 있고 담도 높았지만 그 덕에 오히려 2층으로는 쉽게 침입할 수 있어 보였지. 지금도 그렇지만 무서운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인터넷을 열면 가득했어. 눈살 찌푸리며 클릭했던 뉴스들이 갑자기 머리 속에 재생되었어. 동생에게는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하고 거실로 조용히 나갔어. 베란다와 거실을 잊는 유리문 안쪽에는 하늘거리는 하얀 커튼이 달려있었어. 그런데 그곳에 뭔가 검은 그림자가 비쳤고 잠깐잠깐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났어. 심장이 점점 심하게 뛰면서 조여드니 진정하기가 어렵더라. 우리가 그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알면 우발적으로 더 무서운 행동할까 봐 발걸음을 떼기도 어려웠어. 그런데 그 순간!! 등 뒤에 있는 현관문에서도 소리가 나는 것 같고 금방이라도 누가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미칠 지경이었어. 진짜 울고 싶었지만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 처음으로 112를 눌러본 것 같아. 방에 있는 옷장에 들어가 숨죽여 전화를 하는데 아무 것도 없는 복도와 연결된 창문에서도 뭔가 튀어나올까 봐 조마조마했어. 몇 시간처럼 느껴진 몇 분이 지나고 경찰이 와서 현관문을 두들겼어. 막상 경찰이 왔는데도 경찰이 아니면 어쩌지 문을 또 못 열겠는 거야. 잠시 망설였지만 선택지가 없으니 열었어. 경찰이 집으로 와서 베란다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어. 누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고 했어. 경찰은 베란다 쪽을 유심히 보다 1층으로 내려갔어. 다시 올라오더니 아무래도 우리 방 아래 재활용 수거장이 있는데 그걸 치우는 소리였던 것 같다고 했어. 베란다 문을 열어둬서 바로 옆에서 난 것처럼 느낀 것 같다고. 그렇게 그 일은 해프닝으로 끝이 났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한편, 정말 아무도 없었을까 의심이 들기도 했어. 열대야가 심해서 땀이 삐질삐질 나도 문을 열 수 없는 여름이 지났어. 그 여름이 지나서야 주인아저씨는 약속했던 에어컨을 달아주더라. 글을 쓰면서도 그때가 생각나서 심장이 조여오네. 윤아야, 그날 밤에 그곳에 정말 아무도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