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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을 뚫고 요트를 타보니

by 다정한 여유

비를 실컷 맞을 일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 대머리 될 걱정은 둘째치고 비 맞은 후 척척함이 참 싫다. 비 예보만큼은 꼼꼼하게 챙겨 웬만하면 비 맞을 일을 만들지 않는다.


오랜만에 부산 여행을 갔다. 기차 타고 2시간 거리인데도 쉽게 가지 못하는 곳이라 열심히 정보를 뒤졌다. 요트투어가 인기길래 만족도 높은 업체를 찾아 야심 차게 예약했다. 해 지는 시간에 타면 불꽃놀이까지 볼 수 있다는 말에 한 껏 기대에 부풀었다.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는 요트투어 시간이 가까워오자 폭우로 바뀌었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친 설레발이 무색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트투어는 취소되지 않았는데 선착장에 가니 이 날씨에 원래는 취소가 맞지만 우리더러 선택을 하라고 했다. 여길 또 언제 오나 하는 염려와 이 기회에 비 실컷 맞아볼까 하는 용기가 콜라보되었다. 요트에는 우리 포함 총 세 팀이 탑승했는데 출발하는 요트가 우리뿐이라 조금 불안했다. 비가 와서 해지는 것은 물론 불꽃놀이도 당연히 보지 못했다. 대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들이치는 비를 실컷 맞았다. 우리는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요트투어 내내 깔깔대며 웃었다. 아이는 부산 여행 중 최고로 즐거웠다고 자주 말한다. 비가 와서 오히려 흔치 않은 경험을 했고 포기하고 돌아갔다면 하지 못했을 귀한 체험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그쳐 완벽한 투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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