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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사람

by 다정한 여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얼굴은 야무지다. 눈매가 겨울철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고드름 같다. 눈동자는 시골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눈에 띈다. 두 눈 끝에서 예리한 관찰력이 새어 나온다. 날카로운 눈 아래는 조랭이떡 한쪽을 떼어놓은 것 같은 코가 있다. 매끄럽게 마감된 떡을 보듯 코 끝이 자꾸만 만져보고 싶게 생겼다.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러 가서 코 끝에 손가락을 대고 돌돌 원을 그려본다. 램프를 문지르는 느낌에 어디서 지니가 튀어나오려나 생각하다 피식 웃음이 난다. 음식을 오물오물 씹고 있는 입은 오늘 차린 식사가 어느 세월에 다 들어갈까 걱정을 하게 한다. 교정을 하는 중이라 앞니 두 개가 서로 내외하고 있어 이를 보이며 웃는 순간 야무짐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순식간에 엉성해지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사춘기 언니의 모습을 슬쩍슬쩍 내비치고 있는데 길지 않은 순간 귀여워도 서운한 마음이 금세 덮어진다.

예쁜 케이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간 적이 있다.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만든 것 같아 신기해서 요리보고, 아까워서 조리 봤다. 한참을 먹지를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 케이크보다 더 예쁘다. 너무 예뻐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내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이는 모르는 눈치다. 하긴 하루에도 몇 번씩 뿜어져 나오는 화의 기운에 사랑의 꿀이 모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 모르는 일이니 이해해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얼굴은 야무지다. 안경 뒤에 곡선 두 개가 위아래로 미끄러지듯 만난다. 썰매를 탄다면 꽤 빠르게 내려갈 것 같은 경사다. 게다가 눈앞머리까지 뾰족한 편이라 매서움을 더한다. 코도 날렵해 보인다. 입술 역시 두껍지 않다. 4B연필이 아닌 2B나 B로 그린 얼굴 같다. 지금은 살이 쪄서 티가 안 나기는 하지만 얼굴이 매우 작은 편이다. 회사 동료들과 혹은 친구들과 예전에 찍은 단체사진을 보면 오목거울을 갖다 댄 듯 혼자만 얼굴이 줄어들어 보인다. 얼굴도 하얀 편이다. 일평생 로션 하나만 바르신다는데 칠십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여전히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지신 시어머님의 살성을 닮아서인지 피부 결도 곱다. 언제부터였는지 그런 얼굴에 오돌토돌 작은 사마귀들이 꽤 생겼다. 이럴 때는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가 불리하다. 피부과에 가자고 수차례 얘기해도 싫단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 신세가 되기 전에는 안 갈 것 같다. 그래도 세수하고 나오면 해사한 말간 얼굴이 눈에 띈다. 아, 부럽다.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석고로 떠서 확대하면 남편 얼굴에 꼭 맞을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얼굴과 내가 사랑하는 얼굴이 한데 포개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후대에 이어질 유전자는 남편의 유전자다. 네가 바로 승리를 꿰찬 이기적 유전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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