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쪽 창문에서는 놀이터가 보인다. 오래된 아파트라 놀이터 바닥은 모래고 놀이 기구도 낡았지만 노는 아이들에게 그게 대수랴. 목련, 벚꽃 나무가 놀이터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꽃들이 한창이다. 드르륵, 창문을 여니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가 선명해진다. 까르르 깔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연신 웃어댄다. 아직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지만 같이 실려온 향긋한 라일락 향기에 마음이 녹는다. 조금이라도 더 맡고 싶어 깊게 숨을 들이마셔본다. 오밀조밀 작은 꽃 사이사이에 은은한 보랏빛 향기가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듯하다. 미래에는 향기를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기대해 보며 사진을 찍는다. 그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꽃이 지기 전 최대한 자주 맡는 수밖에 없다. 배꼽을 최대한 내밀고 풍선처럼 빵빵하게. 복식호흡이 이럴 때 쓰이다니 아주 훌륭하고 쓸모 있는 배움이었다. 천천히, 가득 마시는 공기가 들어차며 갈비뼈 사이사이에 라일락 향기를 스미고 나간다. 다음번에는 사진에 코를 들이박고 심호흡을 해봐야겠다. 반복해서 쌓아둔 그 향기가 코끝에 아른거릴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