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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끝에 듣는 노래

by 다정한 여유

요즘 차를 타면 햇살에 데워진 공기가 꽤 덥다. 에어컨을 틀기보다는 창문을 열어 본다.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더운 공기를 금세 몰아낸다. 봄 냄새 끝에 여름 냄새가 묻어나는 이 시기에 내 마음에 꼭 필요한 노래가 있다.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봄바람을 만지고 싶어지는 멜로디가 봄을 더욱 한창인 듯 선명하게 만든다. 이어서 한곡 무한 재생 버튼을 누른다. 가사가 이별 얘기인데 나 역시 노래를 들으며 봄과의 덤덤한 이별을 준비한다. 이 가수 목소리가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손끝에 닿는 순간 찌리릿 전기가 통할 것 같은 번개맨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웃긴 사실은 고등학교 때는 이 가수 노래 제목만 들어도 싫다며 손사래쳤다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 OT를 하는데 끝날 즈음에 깜짝 선물이라며 이 가수가 등장했다. 집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친구가 한 곡만 듣고 가자고 했다. 한 곡을 듣고 나니 집에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라이브로 앵콜까지 듣고 온 날, 플레이리스트 노래를 모두 바꿨다. 퇴고한답시고 다시 읽어 내려오니 검은색 고딕체 글씨가 핑크빛으로 빛나 보인다. 아무래도 ‘담담하게’는 실패한 것 같다.


https://youtu.be/WHVLizZe-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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