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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끼를 먹어야 한다면?

by 다정한 여유

결정이 느린 편은 아니다.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마지막이라니 뭐 먹을지 고르다가 시간이 끝날 것 같다. 고민고민하다가 시간 없어서 김밥 한 줄 사 먹어야 하는 거 아닐지 모르겠다. 김밥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니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하나만 꼽으라면 절대 결정을 못하는 병에 걸렸는데 치료가 어려운지 점점 병세가 나빠진다. 선택과 집중을 못하고 내내 뷔페만 떠올리고 있다. 결국 결정 못하고 뷔페에 가는 신세라니 욕심이 지나친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모두 모여있는데 어쩌겠는가. 가장 핫한 뷔페를 예약해 둬야지. 첫 접시는 무조건 샐러드다. 아삭아삭 양상추 위에 과일샐러드를 담아야지. 그 옆에는 스시 2 점하고 초밥 하나를 추천받아야겠다. 김밥도 1개 얹는다. 그다음은 탕수육 2점, 소고기랑 양고기 스테이크를 밥 조금과 김치를 곁들여 담는다. 이제 한식코너에 가서 처음 보는 반찬들이 없는지 둘러본다. 의외로 뷔페에 가면 초면인 반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슬슬 배가 불러올 테니 쌀국수를 주문해 놓고 한 바퀴 둘러본다. 마지막 만찬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먹을 수 있다니 난 역시 행운아다. 쌀국수를 받아먹고 빵코너로 간다. 크루아상을 하나 집어오고 요거트에 그래놀라랑 딸기잼도 한 입만 먹자. 이제 대망의 클라이맥스만이 남았다.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받아서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끼얹는다. 달콤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뜨겁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한꺼번에 떠서 입안에 넣는다. 달콤 쌉쌀함이 우르르 몰려오다가 누가 쫓아올세라 입안에 머물지 못하고 식도로 미끄러져내려간다. 급한 녀석들 같으니. 달콤 쌉쌀한 인생을 늘 급히 살았던 딱 나 같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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