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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by 다정한 여유

언제 외로움을 느꼈나 생각해 보면 의외로 사람들과 있을 때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모임에 갔는데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고 내 쪽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도 않는다. 돌아다니며 다가가야 하지만 낯을 가리는 데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한편 든다. 덩그러니 있다 보면 모임에 왜 참석을 한다고 했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스스로 선택했는데 누구를 탓하랴. 나오지 않았다면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모임에 갔어야 했을까 하면서 마음을 끓이고 있었을 것이 뻔하다. 그러느니 어서 참석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편이 낫다. 망설이는 순간과 과정을 잘 견디지 못하고 칼을 일단 뽑아 드는 편이다. 무라도 썰 수 있을지 아닐지 모르지만 칼을 뽑았으니 더 이상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과감하게 결정한 것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아는 사람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은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마치 망중한 같다. 원래의 긍정적인 느낌이 아니다. 공사다망한 사람들 사이에 혼자 나만 한가로이 떠도는 것 같다. 이번에는 말을 걸며 같이 대화하고 싶은데 그들이 열을 올리는 주제에 관심 없어서 할 말이 없고 알지 못해 끼어들 수가 없다. 질문하며 듣고 맞장구치면 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이 웅성대는 듯하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함께 있는 사람 역시 내 정신에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안드로메다까지 편히 갈 수 있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굳이 말을 걸지 않았던 때보다 오히려 더 강한 외로움이 몰아친다.


이런 종류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다.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된다면 지나고 나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커피를 마시던 책을 읽던 산책을 하던 무엇이든 좋다. 고요한 시간 속에서 다시 중심을 찾으려 해 본다. 지난 시간을 되짚지 않는다는 중요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동요하지 않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외로움을 느꼈던 대상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중요한 존재였을 수 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멀리 갈 수 있도록 잡은 손을 놓아주자. 고요한 상태로 돌아갔다면 이제는 힘을 실어줄 차례다. 나를 사랑해 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아 충전하면 평화로운 상태는 한층 두터워지고 견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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