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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y 04. 2024

오늘의 미션 - 윤혜와 이수

"이수야"

윤혜가 부르는 소리에 이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바깥이 벌써 캄캄하다. 지금 몇 시일까. 6시가 넘었다. 아, 이런. 출결이 중요한 수업인데. 학생문화관 5층에 있는 동아리방은 이수와 윤혜가 공강시간에 자주 오는 곳이다. 누가 언제 가져다 놨는지 모르고 언제 세탁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전설의 빈백이 있다. 어두침침한 방에서 음악을 틀고 푹 꺼진 빈백에 기대어 있으면 온몸에 긴장이 풀어진다. 늘 선배들 차지인데 오늘 어쩐지 비어있어 늘어져 있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증량한 약을 먹은 지 이틀째다. 부작용에는 식욕부진과 우울감이 있고 심하면 환각, 환청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증상이 있으면 우울증 약을 같이 처방받아야 하니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그동안은 약간의 식욕부진만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병원에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겠다. 이수는 얼마 전 깨질 듯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원인을 찾지 못해 인터넷에서 찾은 병원, 엄마가 알아봐 준 병원, 선배가 소개해 준 병원 여러 군데를 다녀봤다. 청력, 시력부터 뇌 CT, MRI까지 하라는 검사는 모두 했다. 마지막으로 간 병원에서 뇌압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며 쓴 약이 그나마 잘 듣는 것 같아 그곳으로 다니고 있다. 꿈에서 나온 우진은 이수가 들어갈 수업 조교였는데 혹시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걸까? 이수는 자기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잡았던 손에 감촉이 남아있는 것 같다. 방금 우진이 "그 약 그만 먹고."라고 분명 얘기했는데 두통약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꿈이겠지, 환각은 이런 게 아니겠지.

윤혜와 이수는 동아리에서 만났다. 윤혜는 보컬로, 이수는 베이스로 오디션을 보았다. 봄에는 다른 대학과 연합공연을 하고 가을에는 정기공연이 있다. 준비할 때마다 둘은 늘 선배들의 핀잔을 들으며 연습한다. 둘 다 그 해 오디션을 본 사람이 적어서 겨우 붙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처지라 그런지 성향이 다른데도 둘은 금세 친해졌다. 보통 혼자 다니는 윤혜와 달리 이수는 볼 때마다 다른 친구들과 있다. 윤혜는 늘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들며 인사를 하는 이수가 신기하다. 윤혜는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는데 웃어보라는 말에 그런 이수 모습을 생각한 적이 있다. 자연스럽게 예쁘게 웃는다고 칭찬받은 후로 웃어야 할 때는 늘 이수를 떠올린다.

https://youtube.com/shorts/P0XsVfnWH9Y?si=cz3qkJJY6fA9L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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