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16.
1. 글감이 떨어졌다.
2. 아침마다 글 쓰려했는데 게을렀다.
3. 저녁으로, 내일로, 다음 날로 미뤘다.
4. 약속이 많았다.
5. 안 쓴 날이 많아지니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6. 이왕 오늘 안 썼으니 좀 더 나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7. 내일부터는 그래도 써야겠다고 생각만 했다.
8. 지금 당장 쓰지 않았다.
9. 결국 쓰지 않았다.
10.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매일 글 써서 100개의 글을 쓰고 싶었는데 결국 실패했다. 뭐 지금 하루에 많이 쓰면 100이라는 숫자야 채울 수 있겠지만 하루에 한 개도 쓰지 못하는 지금의 나에게는 불가능 같아 보인다. 그 목표는 안 쓰는데 더 많은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다. 늘 하던 대로 자기 합리화를 하자면 그래도 다짐하고 매거진을 만들기 전보다는 10개는 더 썼다는 것. 딱 그뿐이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정말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였을까? 글 100개는 달성이 어려운 과한 목표였을까? 최선을 다하고 실패했다면 떳떳하기라도 했을 텐데. 기세 좋게 밀어붙이자고 해놓고 며칠 만에 흐물흐물해진 내 의지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인정해야겠다. 나는 '못' 쓴 것이 아니라, '안' 쓴 것이다.
매일 조금이라도 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약간의 어려움은 예상했기 때문에 '함께 쓰는 힘'을 빌려보려 매거진을 시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기 계발서들은 하나같이 시스템을 강조한다. 나에게도 좀 더 견고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돌아보면 글 쓰기가 자유로운 매거진은 내게 너무 느슨한 시스템이었다. 나를 그 안에 가두려 했지만, 조금 긴장을 늦춘 순간 스르르 빠져나가버렸다.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할 더 촘촘한 그물이 필요했다. 강제성이 있는 '연재북'이 나에게 더 필요했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았다. 어쩌면 그 무게가 두려워 매거진이라는 쉬운 길, 헐거운 꼼수를 택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그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엉망진창이라도 일단 '발행' 버튼을 누르려 한다.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죄송한 마음과 그분들께 부끄러운 마음은 더 열심히 글 쓰게 할 것이다. 이런 부채감과 부담은 어느 순간 다시 발행 버튼 누르는 것을 머뭇거리게 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내가 넘어서야 할 벽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극복하고 '일단 발행 버튼을 누른다'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걸 한 바퀴, 두 바퀴 하다보면 원심력 같은 것이 발생할 거라 믿는다. 그렇게 나의 의지가 없이도 멱살 잡혀 끌려가기를 기대한다. 지금부터 다시 쓴다면 아직 25개의 글을 더 쓸 수 있다. 다시 도전이다. 매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