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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r 29. 2024

땅콩버터 없는 사과는 상상할 수 없어

방송에서 최화정 씨가 나와 아침에 사과를 땅콩버터에 찍어먹는 것이 나온 이후로 땅콩버터 열풍이 불었다. 땅콩버터에는 좋은 지방으로 알려진 불포화지방과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하여 심혈관지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사과에 땅콩버터를 곁들여 먹으면 서로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해 줘서 소위 음식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고 한다. 건강상으로도, 체중감량을 위해서도 급격하게 뛰는 혈당을 잡아야 하는데 땅콩버터는 몸의 혈당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이때 땅콩버터는 무첨가 100프로 땅콩으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성수동에 그런 땅콩버터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주문하면 그 즉시 바로 만들어준다.


주문하면 바로 옆 기계에서 땅콩버터를 짜주신다. 기계중간에 뭐가 들어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땅콩만 가지고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다. 땅콩을 갈면 가루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첨가물 없이 저런 질감의 땅콩버터가 만들어 지다니! 공장에서 만들어진 상품과는 맛이 다를 거라 예상했다. 당연한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눈이 번쩍 뜨이는 맛에 놀랐다. 무첨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사과를 찍어먹고 싶어서가 아니고 땅콩버터가 먹고 싶어서 사과를 깎는 나를 발견한다. 이렇게 먹는 게 다이어트식단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사과 반, 땅콩버터 반 이렇게 먹어도 살이 빠질 수 있는 걸까?

땅콩버터 리필이요!


사과와 땅콩버터 조합처럼 궁합이 잘 맞으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고 시너지를 일으킨다. 보통 궁합이라면 둘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난 요즘 집단의 궁합에 대해 생각한다. 수십의 사람이 함께하면 분명 성격도 제각각 일터. 아무리 비슷한 성격끼리 묶어도 셋 이상은 될 것 같은데 궁합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까. 빨강머리 앤에 보면 앤이 사람을 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결이다. 앤은 자신과 결이 같은 사람인지를 보고 친해질 수 있을지를 판단한다. 결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결의 사전적 의미

앤이 말하는 결은 아니다. 여러 가지 뜻 중에서 가장 비슷한 것은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같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것도 부족하다. 결이 같은 사람. 삶을 추구하는 방향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같거나 비슷한 사람이 뜻하는 것 아닐까. 파도가 한 방향으로 밀려갔다 다 같이 물러나는 것 같이 그 안에 함께 있는 것 같다. 앤은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요즘 그런 사람들을 단체로 만나게 되었다. 글쓰기를 같이하고 있는 동기들이다. 대부분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껴서 이은경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브런치 프로젝트를 같이 듣게 된 인연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몇 번 보지 못했지만 온라인상에서 많이 얘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통하는 것 같은 이 어리둥절한 기분은 무엇일까. 짧은 기간 알았지만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이 있다. 망설임도 없이 주저함도 없이 무조건 응원해 주는 따스함이 있다. 일깨워주고 바로잡아주는 엄격함도 있다. 글쓰기를 하려고 이 모임에 들어왔는데 글쓰기보다 사람들에 더 빠져들고 있다. 마치 사과에 땅콩버터 찍어먹다 땅콩버터 먹고 싶어 사과를 깎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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