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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r 22. 2024

애플워치 잘 쓰는 법

내 일상을 바꾼 것 중 1등은 단연코 스마트와치이다. 자나 깨나 일상을 함께한 지 1년 반정도 되었다. 24시간에서 충전시간 빼 잠깐의 시간만 빼면 딱 붙어살고 있다. 최근 산 전자제품 중 가장 만족도가 높다. 스마트와치를 산 것은 친구 권유 때문이었다. 친구 말로는 운동을 독려해 주고 수면패턴도 분석해 준다고 했다. 때마침 운동을 시작한 때라 아주 합리적인 소비라 여겼다. 처음엔 수면패턴 분석도 보고 친구와 서로 운동을 지켜봐 주기도 했지만 금세 시들해졌다. 스마트와치는 시계 용도 그 이상은 하지 못하는 듯했다. 한참 애플워치 광고에서 보면 워치로 구조요청을 보내는 것이 나왔다. 위급한 상황에 쓸 수 있다니! 그렇다면 이것은 휴대가능한 구명조끼요, 낙하산이요, 나만의 구급대원이 아닌가. 이렇게 저렴한 생명줄이 어디 있나 했지만 매달 휴대폰 요금과 같이 워치 요금을 내야지만 쓸 수 있는 기능이었다.

"앗, 잠깐만. 나 핸드폰 놓고 왔다. 지하주차장에서 차 먼저 빼고 있어. 얼른 다녀올게."

"에고, 사랑아. 엄마가 핸드폰을 놓고 왔네. 같이 갔다 올래, 기다리고 있을래?"

한 번에 출발한 경우를 꼽는 편이 확실히 빠르다. 외출할 때마다 뭘 매번 빼먹는데 주범은 핸드폰이다.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차키를 두고 온 것이 아니라면 두고 출발할 때도 왕왕 있지만 핸드폰 없이 이동은 어렵다. 요즘 출발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다. 알람 울리기다. 띠링띠링. 가방 속에서 소리가 난다. 안심하고 출발하면 된다. 워치를 사고 거의 1년 정도 뒤에 안 기능이다. 늦었지만 더 늦지 않은 게 어디냐고 위안한다. 워치에 연결된 버튼을 누르면 핸드폰이 울린다. 이 얼마나 혁명적인 기술인가. 문명의 이기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졌나 보다. 나의 일상은 이 기능을 알기 전과 알기 후로 나뉜다. 알기 전에 자주 하는 일 중에 하나는 핸드폰 찾아 삼만리였다. 소리로 되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남편이나 아이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혼자 있거나 진동으로 되어 있을 때가 문제다. 소머즈 느낌으로 촉각을 곤두세워 방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PC를 이용해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보기도 한다. 답답했던 세월 동안 생각해 낸 것은 핸드폰에 위치추적기를 달자, 같은 실현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 같은 해결책들 뿐이었다. 그러느니 목걸이형 핸드폰줄을 하고 다니는 게 낫겠다. 이런 일도 종종 있었다. 집에 와서 찾으니 핸드폰이 없어 차로 다시 내려간다. 여기도 핸드폰이 없다. 이상하네. 분명 내비게이션을 켜고 왔으니 방금까지 있었는데 하며 가방을 뒤지면 그곳에 있다. 한탄을 하며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누굴 탓하겠는가, 물건을 찾지 못하고 꼼꼼하고 치밀하지 못한 성격을 탓해야지.

소중한 인생, 길지 않은 인생을 물건 찾는데 다 허비할까 걱정했던 것이 말끔히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성격을 탓하지도 않고 핸드폰을 찾아 헤매지도 않는다. 어디 뒀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화나지 않는다. 나에겐 워치가 있다!




핸드폰에 전화번호가 잔뜩 저장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게 되었다. 처음 핸드폰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전화번호 외우던 습관 때문인지 가족들, 친구들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많이 외워도 20-30개 정도였겠지. 지금은 200-300개 혹은 그 이상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을 수 있다. 늘어난 전화번호의 개수만큼 인간관계의 폭도 늘어난 것일까? 저장된 전화번호 중에 얼마나 이용을 하고 있을까.

아이가 어릴 적에 핸드폰을 만지다가 엉뚱한 곳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과거에 아주 잠시 일을 함께했던 분께 전화를 한 것이다. 너무 놀라 급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이내 다시 전화를 드려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를 드렸다. 오랜만에 목소리 들어서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지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전화번호를 쭉 보면서 아이가 어쩌다 눌러서 전화가 갔을 때 곤란할 번호들은 모두 지웠다. 실제 필요한 전화번호는 몇 개 되지 않았다. 혹여나 나중에 연락이 왔을 때 모르는 번호라 상대가 당황하면 어쩌나 싶어 남겨둔 번호도 있다. 만약 오늘 연락한다면 여태 본인 연락처를 가지고 있느냐고 상대가 황당할 지경인데도 전화번호부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스마트워치가 고장 나면 핸드폰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상상만으로도 아득해진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몸에 워치 기능이 탑재되었던 것 같다. 워치를 사용하기 전에 주로 썼던 방법은 골똘히 생각하기였다.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사용한 것이 언제인가, 핸드폰이 있을 만한 곳은 어디일까. 간편하게 알람을 울려 빠르게 물건을 찾는 동안 나의 뇌는 역할 하나를 잃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바쁜 사무실 귀퉁이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시간을 보냈던 신입 때 기억처럼 할 일을 잃은 나의 뇌도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편리한 점이 있다면 편리한 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얻은 것이 있다면 잃은 것은 무엇일지 걱정해야 한다. 의존하지 않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손목에 스마트워치가 없으면 불안한 것을 어떻게 하나. 워치에 에너지가 없으면 핸드폰이 꺼진 것만큼이나 답답하다. 두 번째로 많이 찾는 물건인 차키에도 그런 기능을 연결시키면 대박이 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어쩌면 좋은가.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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