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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r 01. 2024

요즘 여행 필수코스는 소품샵

여행코스를 짜기 위해 이런저런 장소들을 검색하다 보면 소품샵들이 눈에 많이 띈다. 소품샵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코스에 넣는 것은 그다음에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기 위한 묘책이기도 하다. 소품샵에 가보면 어릴 적 팬시전문점이 생각이 난다. 예쁜 거 옆에 더 예쁜 것이 있어 눈이 바빠지던 기억. 사고 싶은 것이 가득하지만 모두 살 수 없어 어릴 적 나도 모르게 서로 간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법을 배우고 취향에 대해 깊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곳이었다. 소품샵에 가보면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예쁜 거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주로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요즘 유행인 듯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탑꾸(탑로더라는 명칭의 플라스틱 소재의 포토카드 홀더 꾸미기) 등의 영향으로 스티커나 마스킹테이프 등 문구류도 많이 찾고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 되는 소품도 다양하게 필요해서 소품샵들이 많은 걸까 짐작해 본다. 여행할 때 방문했던 몇몇 소품샵을 소개하려 한다.



1. 강릉의 라미상점

택시기사님도 아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인가보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무인으로 운영이 되는 시간이었는데 요즘 여러 무인샵이 많지만 소품샵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워낙 많은 종류의 상품이 있어서 계산이 어렵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지만 실제 계산한 많은 품목 중에 바코드 인식이 오류 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구경하는 장점도 있었다. 스티커와 엽서 종류가 많았고 고양이를 모델로 한 여러 문구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근처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교동반점 본점, 형제장칼국수, 교동빵집, 고래책방 등이 있다.



2. 강릉 안목해변 인근 소품샵


두 상점은 1호점, 2호점으로 같은 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라고 한다. 귀여운 상품이 한가득이라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내부촬영이 안된다고 쓰여있어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곳에서 제작한 엽서와 책갈피, 마그넷, 마스킹테이프 등이 특색 있어 보였다. 이곳 역시 현금결제 시 엽서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3. 목포의 푼푼

저 많은 것들 중 몇 개만 고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귀여운 캐릭터용품이 가득하다. 작은 가게 안에 빼곡히 들어찬 소품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캐릭터 피규어나 인형 등도 매우 많고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 볼펜 등 문구류 역시 종류가 상당하다. 현금결제 시 뽑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재미 중에 하나였다. 목포역 근방으로 바로 맞은편에 씨엘비베이커리가 있고 주변에 코롬방제과점, 유달콩물, 원조순대떡볶이, 쑥꿀레 등이 있어 함께 방문하면 된다.


4. 제주 금능해변 근처의 메리아일랜드

나 역시도 가끔 사고 싶은 것이 참 많을 때가 있다.

금능해변 바로 앞쪽에 있는 소품샵이다. 제주도 바다와 관련된 소품들이 많이 있었고 직접 제작한 엽서도 있었다. 직접 제작한 각종 캔들과 디퓨저 등이 가득 있어서 들어가자마자 좋은 향이 났다. 드림캐처, 코스터, 가방부터 직접 셀렉하셨다는 제주간식까지 종류가 엄청 많아서 둘러보는데 한참이 걸렸다. 비슷한 상품들이 있는 소품샵들도 많은데 이곳은 직접 제작한 상품의 비율이 꽤 커서 색다른 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최근에 여행 갔던 곳 중에 몇 군데를 더 소개하려 했지만 검색을 하다 보니 문을 닫은 곳이 꽤 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인기가 있다고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자신만의 특색이 없는 곳은 오랫동안 살아남지 못하는 것 같다. 소품샵에서 아이의 선택을 기다리며 방문하는 사람들을 살피다 보면 구경하는 사람과 구입하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소품샵을 운영하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구입까지 하도록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 적에 나도 문구점, 팬시전문점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했었다고는 하지만 여행지 소품샵에서 아이가 고른 상품들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 근처 문구점에서 파는 품목과 비슷해 보이는데 굳이 여행을 와서 사야 하는가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직접 제작한 상품만의 특징이 있어 색다르고 소장가치가 있다거나 지금 사지 않으면 어디서도 살 수 없겠다 싶은 희소가치를 담고 있는 제품이 경쟁력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긴 해도 아이 입장에서는 희소가치고 소장가치고 뭐가 중요하겠는가. 아이에게 소품샵은 여행지에서 평소보다 너그러워진 엄마의 지갑사정을 누리는 곳 혹은 평범한 상품도 여행 기념품으로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닐까. 문득 여행지에 가서 늘 카페를 찾아가는 나를 보는 남편도 이해를 하기 때문에 함께 가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늘 아이스아메리카노만 시키는 남편에게는 여행지만의 독특한 메뉴가 있다고 해도 카페는 어디를 가든지 똑같을 것이다. 커피를 사고 마시는 곳 이상의 가치는 없지 않을까. 남편이 나를 다 이해하지 않아도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해주는 것처럼 나도 아이를 이해해 주기로, 아니 인정해 주기로 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관심사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타인을 이해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록 이해의 폭은 넓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좁아졌다. 내가 들일 수 있는 노력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이해하려다 보니 지치게 되었고 그동안 했던 노력이 무산되는 것 같아 스스로에 화가 났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나은 방법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너무나 다른 타인을 억지로 이해 하기보다는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의 영역에 머물게 하기로 했다. 


서로에게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가끔 우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친숙해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중략)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일 겁니다.『최소한의 이웃』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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