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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May 23. 2021

우리에게 스페인이란

자료와 통계로 알아보는 두 나라의 관계

한국인의 스페인에 대한 사랑은 영국, 프랑스, 이태리에 비하면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늦바람이 무섭다 할 정도로 스페인 방문객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간 관광객이 30만 명 대의 영국이나 독일은 일찌감치 제쳤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엔 무려 63만 명이나 다녀갔다. 한국 국민 100명 중 1명은 스페인을 방문한 이다. 이태리의 경우, 무려 10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관광대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지만, 스페인은 이제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스페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이 커졌고, 지금도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2014년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페인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2018년 현빈 주연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스페인에 대한 관심은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더니, 2019년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의 인간미 넘치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스페인 하숙>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다. 여기에 이번에 영화 <미나리>로 전 세계에 한국인 할머니를 알린 윤여정 씨가 출연했던 2018년 <윤식당 2>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의 스페인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스페인 사람들 또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우리를 스페인으로 이끄는 것일까. 어디에서건 기본은 그 나라의 날씨와 지형이다. 여기에 대단히 실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물가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게 만드는 최고의 이유는 역시나 사람, 곧 현지인이다. 이에 대한 술회는 앞서 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spainlife/93


그렇다고 그런 감상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숫자와 사실 근거로 한국과 스페인의 관계를 살펴보자.



1. 외교 관계


우리나라와 스페인의 외교 수립은 1950년에 정식 수교가 맺어졌고, 작년에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이했다. 다른 우방 국가들과는 1900년대 이전부터 체결된 걸 고려하면 제법 늦은 편이다. 70 주년을 앞두고 한 해 전인 2019년 10월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6세의 한국 국빈 방문이 있었다. 얼마나 뜻깊은 일이었던지,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LG 판매법인의 법인장은 한국을 방문해 자국의 국왕을 LG science park에서 영접하는 행사까지 치를 정도였다.


그보다 한참 앞서 1996년 김영 정부 시절, 현 국왕의 부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의 국빈 방문을 통해 양국의 관계에 실질적인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점차 심화되는 관계 속에 2017년 스페인에서는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까지 보는 최상의 단계로까지 올렸다. 민간 교류 차원을 넘어 정부 간의 보다 적극적인 이해관계를 다루고 정기적인 정상급 교류가 활성화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사가 해마다 커지고 있는 만큼, 분명 그에 상응하는 국빈 방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2. 경제 관계


스페인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은 주료 제조산업 분야로 삼성, LG, 현대 모비스, 한국타이어 등의 판매법인들이 마드리드 KOTRA와 긴밀한 연락 속에 경제 동향, 산업 정보 등에 대한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페인과 우리나라와의 무역교류 관계는 2019년 기준 54억 달러로 유럽 내 9위의 교역국으로, 교역량이 2012 년 한-EU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2배 정도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스페인에 수출하는 품목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제품이 47%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2019년 수출액은 27.7억 달러에 달한다.


중요한 점은, 제조업은 이미 세계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해당 제품은 해외공장에서 바로 스페인으로 수출한다. 이런 이유로 스페인 내 실제 판매액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수출 통계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반면, 스페인에서 수입하는 주요 품목은 식품류 (돼지고기, 와인, 올리브 등)와 광물이 전체 30%를 차지하고, 뒤이어 정밀화학제품이 있다.


숫자가 실생활에서 의미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 스페인 어디서나 삼성, LG, 현대, 기아 등 한국 기업의 브랜드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과, 반대로 우리나라 백화점과 마트에서도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며, 리오하 와인, 고급 올리브 오일을 손쉽게 접한다는 것이다. 더는 비행기 12시간 지구 반대편의 나라로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가 아니게 된 것이다.



3. 문화 교류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예보다 더 피부로 와닿는 것은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이다.


일단, 스페인에선 우리나라와 같은 전략적인 문화산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유한 문화와 문화유산은 있지만, 그걸 '산업화' 한다는 건 일절 생각도 못해봤고,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넷플릭스에 소개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la casa del papel>의 경우도 흥미진진한 시리즈물일 뿐 그걸 산업화로까지 구축하기에는 이미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는 게 이곳 실정이다. 그러니, 문화산업은 우리만의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그야말로 모든 단체의 송년회를 마무리한 대유행이었다. 한국말 하나도 몰라도, 세계 어디에서건 "오빤 강남 스타일"을 알았고 말춤을 추었다. 그렇게 잠깐 반짝이다 사라질 것 같았던 K-pop은 BTS를 통해 블랙홀처럼 전 세계를 빨아들였고 스페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직은 젊은 층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미 스페인에서는 3개의 한류 동호회가 결성되었고, 30개의 케이팝 팬클럽에 33만 명의 팔로워가 가입되어 있을 정도이다. 아이들의 학부모와도 BTS 얘기가 통할 정도로 한국 연예문화 파급력은 놀랍고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관광산업은 단순히 관광과 숙박, 요식업, 쇼핑 등에 그치지 않는다. 여행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상호 간에 폭넓은 이해를 직접적으로 이끌어 주는 도구가 된다. 지속적인 노출로 자연스럽게 인지시키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보자. 한국인의 스페인 방문객이 2019년 63만 명까지 달하는 것에 비해, 스페인의 한국인 여행객 수는 아직 4만 3천 명으로 한참 떨어진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자국의 빛나는 문화유산(유네스코 세계문화)과 음식문화(올리브, 와인, 하몬 등)에 대한 또 하나의 인정이자 수출의 기회가 되어 좋겠지만, 우리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스페인에서 관광산업의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2017년 기준 8200만 명의 해외 관광객 유치로 세계 2위를 차지했으며, 그 수입 역시 680억 달러로 세계 2위다. 스페인의 관광업은 2018년 GDP(국내총생산)의 15%를 차지할 정도이다. 애석하게도 그 비중 때문에, 그만큼 코로나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이기도하다.


한국에서 이렇듯 가는 정이 있음 스페인에서 오는 정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구매력 높은 한국인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스페인에서도 자국인들의 관심을 한국으로 끌고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 세계 160여 개 국이 참가하고, 25만여 명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 스페인 국제 관광 박람회 FITUR에 양국 수교 70주년을 기념으로 대한민국을 주빈국으로 내세운 것이다. 국왕이 직접 방문할 정도이니 얼마나 중요도가 높은지 짐작이 간다. 주빈국이기에 전시회장도 이전보다 6배나 더 키워, 한류의 바람을 더욱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자리로 삼고자 했다. 스페인 국민들에게 한국을 잘 알게 하고, 스페인어권인 중남미 국가에까지 한국을 알리고, 경제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좋은 기회였다. 정말이지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에 2018년에는 18~30세의 청년층을 위한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체결했다. 여기에 스페인 내 5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가 운영되는 점과, 한국 내 스페인어 관련 학과 설치 대학교가 16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과 한국의 젊은이들의 교류가 보다 활발해지고 서로를 더 알고 이해하는 만큼, 양 국가 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스페인을 우리는 한참 늦게 알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는 열렬히 그 나라와 언어, 문화를 사랑하고 있다. 짝사랑일 것만 같았는데, 스페인도 뒤늦게 찾아온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전례 없던 코비드 19 사태로 예외 없이 사회경제적으로 재앙을 맞이했고, 이 싸움은 혼자서 감당할 게 아님을 잘 안다.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과 상호교류가 중요한 때이다. 필요할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와닿는 시국이다. 그렇기에, 한-서 수교 70주년과 스페인 국왕의 한국 국빈 방문은 그간의 양국 관계를 되짚어 보고, 보다 돈독히 하기에 더없이 좋은 순간이다. 우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반가운 얼굴로 'Hola 올라' 인사말을 듣듯, 인천공항에 도착한 스페인 사람들 또한 우리의 곱디 고운 '안녕하세요'를 (그들에겐 문장도 길고 발음하기에도 어렵겠지만) 듣고 스페인 사람 특유의 낙천적인 미소로 화답 받을 날을 기다린다.


배경 사진-스페인 일간지 La Vanguardia 기사


** 추가 글.

이 글을 쓰고 실제로 올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이루어졌다. 펠리페 6세 국왕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국빈방문으로 우리나라와 스페인의 양국 관계는 보다 탄탄해진 전략적 관계로 올라섰다. 대통령 방문과 관련 수행 업무를 맡고, 그 당시의 상황을 아리랑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화 영어 인터뷰로 생생히 전달하는 일까지. 덕분에 스페인 교민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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