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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Jun 15. 2021

소소한 선물의 즐거움

구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석 달 넘게 참석해 어느덧 넉 달을 맞이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공심재의 필사 문장 커뮤니티 따스 한 문장이다. 브런치 작가인 fragancia 향기님이 운영한다. 처음엔 우연히 글쓰기와 관련된 글을 읽다가 멋진 문장을! 한시적으로 무료로 합니다!라는 것에 확 끌려서 시작했다. 그때가 3월에 시작한 7기였다.


그때의 첫 문장을 잊을 수가 없다. <연금술사>의 작가 빠울루 꼬엘류(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트위터에 짧게 남긴 문장이었다.


비난 받기 싫어서
사람들 기분 좋게 해 주려고
친절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자신을 깎아 내리지 마세요.


자존감의 회복을 돕는 문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렇지만 역시나 중요한 것은 모이는 사람이다. 연사들, 위인들, 책 속의 좋은 문장은 전문 웹사이트(영어)가 넘쳐난다. 남은 평생 다 적어도 못 적을 분량의 명언들이다.


집이며 인터넷의 페이지 곳곳에 잠들어 있는 문장들. 그것들을 바닷가의 모래알로 끝낼지, 금광산의 사금으로 채취할지는 리더의 역량이다. 그리고, 사금을 순금으로 정제하고 제련하는 과정은 팀원과 본인의 성실함에 달려 있다.


내 손에 쥐어진 모래더미를 사금으로 바라보게 해 준 건 향기님, 더불어 운영자인 공심님이 고민 끝에 선택한 문장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금 더미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 정제하도록 도와준 것은 같이 참여한 문우님들 덕이다. 밀릴 때도 있고, 늦을 때도 있었지만 노트는 차곡차곡 채워져 갔다.


그렇게 쌓여가는 글 속에서 따로 <필사하며 생각하며> 매거진도 발행했다. 필사한 문장이 던지는 생각의 화두를 분량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적어가 보니 나 자신도 조금씩 더 발전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역시나 필사 문장을 써 보고 사진을 찍어 카톡방에 올렸을 때, 따스방 문우님들의 반응만큼 기분 좋은 순간도 없다.


특히나 모임을 운영하는 향기님은 놓치지 않고 회원들의 필사 사진에 공감하며 문장으로 남겨준다. 석 달간 꾸준히 보아 오면서 느낀 바, 정말 정성이고 진심이 담긴 관심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날은 카톡으로 밑도 끝도 없는, 그야말로 조건 없는 선물을 마구 던진다. 난 그분의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의 규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모임방에서 농담 삼아 임티부자 (이모티콘 많이 가진 사람)라고 부르긴 하지만, 별칭 그대로 향기 나는 분이다. 채팅 글에서만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목소리도 향기요, 사랑 가득한 아들도 향기요, 그냥 삶 자체가 향기다. 어떻게든 나누려는 그 마음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난 너무 옹졸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아직도 이런 게 막 "쏘는" 게 잘 적응이 안 된다. (스페인 카톡 계정에선 이런 금전적인 기능이 막혀 있다는 건, 나로선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도 한다 - 아이구 구차해라 참말..)


그런 향기님의 물불 안 가리는 선물 세례는 어느 날 내게도 주어졌다. 시간대가 달라 난 자고 있는 사이, 한국에선 사다리 타기 결과(?!) 당첨이 되었으니 필히 원하는 것을 골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복권 한 번 당첨된 적 없는 내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민망하면서도 공짜는 역시나 좋아한다.


향기님은 내게 사양하면 절대 안 된다는 귀여운 협박도 남기셨다. 아휴, 향기님이 농담이라 하셨어도 '그런 게 어딨어요, 향기님 일구이언 아니되옵니다' 하며 졸랐을 나인데, 늘 좋게 봐 주셔서 감사드릴 따름이다.


사양치 않고 덥석 받았다. 덕분에 전부터 카톡방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던 향기님의 깨방정 떠는 토끼 이모티콘이 내 휴대폰에 들어왔다. 이 놈의 토끼가 얼마나 정신 사납게 부산을 떠는지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수다 떨고 싶은 내 마음을 200% 표현해 주고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태어나서 얼굴 한 번 대면하지 못한 분에게, 그저 글로만 알게 된 분인데, 예상 못한 선물을 받자 나도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갑자기? 그렇다, 갑자기다) 그러다 생각난 게 내 브런치의 구독자분들이었다.


때마침 구독자가 200명이 넘었다며 알림이 왔었다. 200번째 구독자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즐겨보기 시작한 브런치 만화 작가 뽀닥님이셨다. 그래서 민망함을 무릅쓰고 작가에게 제안하기 버튼을 눌러 200번째 구독자님이시라 선물을 드리려 하니 (쓰면서도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 있던 것 인정합니다) 작가님이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 있으시면 사양 말고 꼭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보내고 나니, 문득 100번째 구독자님은 누구실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하나하나 카운팅 했다. 미저리도 스토커도 아닌 그저 시간 부자인 한량이라며 봐주시길. (참고로 브런치의 구독자 나열은 가나다 순이 아니라 구독신청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100번째 구독자 역시 브런치 작가인 라떼마마님이셨다. 같은 팀 라이트 소속 작가라 더 기뻤고, 서로 열심히 응원해 주는 사이라 더욱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형편상 이모티콘으로 밖에 못 해 드리지만)


뽀닥님께는 당일 바로 해 드렸고, 라떼마마님은 일주일째 대기 중이다. 카톡으로도 알려드렸으니 이번 주 중에 즐거운 결판을 낼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사줄 때도 기분은 좋았지만, 글로만 만난 분에게 이렇게 드린다는 것도 동일하게 즐겁다는 걸 알았다. 이것은 소비의 민낯인가 소소함의 미학인가. 헷갈린다.


그 이모티콘 하나가 또 뭐라고,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써서 속이 타는 건, 꼭 샤넬 오픈런이나 스타벅스 쿠폰 적립 경품에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막내 딸랑구는 하교길 단돈 25센트, 한화 338원의 추파춥스 사탕 하나만으로도 세상 행복한 지경이다. 어른인 나도 별반 다르지 않는가 보다. 움직이는 이모티콘, 2유로 39센트, 한화로 단돈 3236원만 갖고도 충분히 인생의 깨알재미를 맛 본다. 그 돈을 쓰지 못해 이리 안달이 났다니. 살면서 별 일을 다 겪는다.


이 얘기를 때마침 팀 라이트 작가님 두 분, 곧 다음 주 토요일 6월 25일 한국시간 저녁 7시에 <인사이트 나이트>의 6월 강연자로 서는 개짱이 작가님과 내 마음대로의 이벤트 당첨자인 라떼마마 작가님과 나누니, 아쉽게 기회를 놓친 분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신다 :

ㅡ어머, 그럼 저 일단 구독해지했다가 나중에 이백 번째 아님 삼백 번째 될 때 봐서 구독 다시 할래요.

ㅡ님? 놉! 아니되옵니다. 저 유리멘탈이에요. 구독자 분들 나가시면 감당 안 돼요, 흑.


저의 글을 읽어 주시고, 라이킷을 눌렀다가, 구독까지 이어주신 모든 구독자님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지금은 백 명 단위로 겨우 이모티콘 하나 드리고 있지만, 일이 회복되고, 예전처럼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를 누비며 유랑하는 진정한 한량이 되어 살면, 단위 수를 줄여서 더 자주 공지 없는 이벤트를 열어 제 마음대로 선물을 "쏴" 볼게요. 소소함의 즐거움을 문우님들과 변함없이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제 마음대로의 이벤트 때 또 만나요, ¡adiós!




오늘의 글을 있게 한 필사 모임, 따스한 문장을 소개하고, 이어 제가 언급한 브런치 작가님들의 계정 소개합니다. 생각을 더해주는 글, 재미 속에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글, 인생 계발에 더없이 좋은 글들이 있으니 읽으시면서 라이킷으로 응원해 주시고, 구독으로 힘 실어 주시고, 댓글로 함께 더욱 풍성하게 즐겨보아요! 고맙습니다.



Frangancia 향기님의 필사 모임 - 따스한 문장을 쓰는 따스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인생 추천 겁니다.


뽀닥 작가님의 브런치 - 깔깔 거리며 눈물 쏙 나게 웃다 보면 스트레스 안녕!


라떼마마 작가님의 브런치 - 자기 계발, 인생 계발의 정석, 읽을 때마다 각오를 다집니다.


개짱이 작가님의 브런치 - 무지개처럼 각각의 색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으로 뭉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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