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질 때까지 해보는 수밖에
글루틴을 통해 주말을 제외한 평일 글쓰기를 한 달간 해 보았습니다.
이전에도 한 적이 있었는데 잘 기억은 안 납니다. 뭔가 일상에 치여 살았는가 봐요.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여전히 일상은 집 안에서건 밖에서건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요,
감사하게도 일감이 계속 있어 지내던 분들과 헤어지는 아쉬움과 가슴 짜안해지는 순간이 있음과 동시에 앞으로 만날 분들에 대한 설렘과 기대, 그리고 떨림이 교차합니다.
일 마치고 호텔 돌아오면 제 시간인 줄로 알았지만 하다 보니 그렇지 않은 때가 대부분이었어요.
자잘한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고, 챙겨드리면 좋아하는 것이니 하나 둘 정리하며 챙기다 보면 어느새 밤 11시를 넘깁니다. 근사한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든 호텔 바에서 음료를 한잔 하든 아니면 밤마실을 같이 나갔다 오든, 누군가와 같이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객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비로소 개운한 피곤이 어깨에 내려옵니다.
손님을 챙기는 건 별로 안 피곤한데 제 몸뚱이를 챙기는 건 귀찮고 피곤하게 다가올 때가 많았습니다.
샤워는 하지만 양치를 깜빡할 때도 있고, 특히 아내와 약속한 팔굽혀펴기를 자주 건너뛰곤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글쓰기도 하루 이틀 사흘... 계속 건너뛰었어요. 언젠가 좋은 글을 쓰고 말테야 이러면서요.
그러다 이렇게 하다간 또 흐지부지해서 인생 종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체력과 의지가 약하니 그럴 땐 어떻게든 쓰는 환경을 만드는 게 최선이겠지요.
그래서 팀라이트의 글루틴 10기 신청을 했어요.
며칠 후면 마칩니다. 그렇게 20회의 글을 올리기로 했는데 종료를 며칠 앞둔 지금, 딱 한 번 그날의 글쓰기를 놓치고 나머지는 잘 해 냈습니다. 할 때의 마음은 여하간 90%는 넘겨보자였는데, 남은 기간까지 몇 번만 더 쓴다면 무난히 넘길 거 같습니다.
다만, 바쁘고 힘들고 고된 일정 중에 글쓰기를 "꾸역꾸역" 하려고 보니, 글의 질이 심히 떨어지는 걸 스스로 느꼈어요. 제 모난 상태가 그대로 글이라는 거울에 비친 거죠. 깨끗한 물이 든 잔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잉크색에 따라 시커메지고 빨개지고 퍼레지고 하는 것처럼요.
대기만성형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는 저로서는 역시 한 달로는 안 되는구나, 무리구나, 나는 시간이 더 필요한 사람이구나 라는 걸 깨닫고 11기도 이어서 신청해보려 합니다. 남들은 이만큼이라도 성장하는데 나는 왜 그대로인가. 인풋이 적은데 아웃풋이 많길 기대하는 건 도둑놈 심보겠지요.
시간에 쫓겨 개발새발 써재끼는 글이라서 누구보다도 저 스스로가 창피한 걸 인지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휴가를 마치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일정과 손님 돌봄에 몸과 마음이 적응하는 중에 글쓰기를 병행하며 튀어나간 마음의 파편을 이제는 잘 모아 뭉근하게 다져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정제된 심성과 마음으로 자판을 누르렵니다. 고맙습니다.
제목 사진: 포르투갈 리스본의 Grand Altis Hotel 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