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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Oct 19. 2023

인생에 한 번은 스페인

두 번이면 더 좋고요

스페인, 오기 전까지는 그저 뭔가 제가 살고 있는 곳과는 막연히 다른 곳으로만 여겼습니다.

날씨도 좋고, 좋은 날씨 덕분에 사람들은 일이나 공부보다는 놀고먹기 좋아할 것 같은 느낌.

태양의 나라, 정열과 열정의 국민, 밤새 대화와 수다가 이어질 것 같은 거리의 분위기.


그런데 와 보니 정말 그렇던데요? 



헐, 뭔가 저 혼자 인생 손해 보고 산 느낌이었어요.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흥청망청 하기만 하는 건 물론 아니죠. 다만 워낙 인생은 즐기기 위해 태어난 거란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로 노는 것에 진심이다 보니 그런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이런 편견이 그다지 틀린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페인에 온 건 그들처럼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일",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일", 그놈의 "일"을 하기 위해 왔어요. (물론 일은 저와 가족이 살아갈 돈을 주는 것인지라 소중합니다.) 그러다 문득 평일엔 아침 7시 15분부터 자정까지, 또는 10시 넘어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점심시간 전후로 일을 봐야 하던 중 회의감, 자괴감이 찾아왔지요.


이렇게 살 거면 그냥 한국이 낫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굳이 이러고 사는 걸까?


그리해서 사무실 밖을 나와 보니 비로소 이곳 스페인 사람들의 삶이 보이더군요. 현지인들도 만나 보고요. 


누군가 처음 만날 때 그런 얘기들 하잖아요. 

있잖아, 저 사람, 처음은 별로인 듯해도 알고 보면 진국이야.


스페인은요, 첫인상부터 확실하고요, 알아갈수록 더 흥미진진한 나라입니다.

수도 마드리드, 중부 카스티야 라만차, 그리고 남부 안달루시아를 다니면서 이들은 스페인이라는 전체 그림 안에 숨어있는 퍼즐 조각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가이드라는 업 덕분에 한 번만 보고 지나가지 않고, 수 십 수 백 번을 오가면서, 때때로 가족을 데리고 방문하면서 좀 더 가까이, 그리고 깊이 들어갔지요.


스페인 곳곳의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에너지를 얻는다고 합니다. 맞아요, 태양의 나라인만큼 정열의 스페인에서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지요.

그러다 십 년이 넘게 살면서 깨우친 하나는, 그 에너지는 실은 제 안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그만 놓쳐버린 제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해 준 나라가 스페인이에요.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인생에 꼭 한 번은 스페인에 오기를 바랍니다.

자괴감이 찾아오고, 회의감에 휩싸일 때 스페인을 만나 다시 한번 나 자신과 만나보기를요.

스페인의 여정은 앞으로도 주욱 이어집니다. 

스페인의 동부, 북부 그리고 소도시 편으로 함께 하시지요, 또 만나요, 아디오스!  




제목 사진: FITUR (국제여행 박람회) 스페인관,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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