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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Mar 09. 2021

아이들은 스토리텔러

돌멩이 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든다

Este es el padre, y es la madre, y este es el hijo, y este, el hermano.

에스떼 에스 엘 빠드레, 이 에스 라 마드레, 이 에스떼 에스 엘 이호, 이 에스떼, 엘 에르마노.

이건 아빠고, 이건 엄마야, 그리고 이건 아들이고, 이건 동생이야.


만 네 살배기의 막내딸 친구가 보도블럭 구석에 있는 돌멩이들을 보더니, "여기봐, 여기 좀 봐"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뭉툭한 큰 돌멩이 하나와 깨진 돌멩이, 그리고 부서진 돌멩이 둘을 보더니 자기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듣던 아이들이 같이 만들어 간다. 종알종알, 유아기의 아이들 특유의 혀짧은 소리로 서로 아빠는 뭘하고, 엄마는 어떻고 하면서 말하다 꺄르륵 웃는다.


어딘가에서 떨어져 나와 청소도 안 된 거리에 이 사람 저 사람 발부리에 차이다 마침내 구석에 모여 먼지를 뒤집어 쓰고, 개똥도 묻었을지 모를 그 돌멩이들인데, 아이의 눈에는 오손도손 모여 있는 가족이 생각났는가 보다. 아마도 유치원생인 자기와 초등학교 다니는 형 생각이 났는가 보다.


손자를 기다리며 다른 분과 얘기를 나누던 할아버지도 손주의 말이 귀엽게 느껴졌는지 말하시다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할아버지의 쓰담쓰담에 아이의 기분은 한껏 더 up 되었는지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더 목소리를 높여 돌멩이 가족의 이야기를 지어간다.


피카소는 아이들은 모두 천재로 태어난다고 했다. 그가 본 아이들의 시선은 화가로서의 자질이 있었는가 보다. 그가 태어난지 140년지 지난 오늘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해본다 : 아이들은 모두 스토리텔러로 태어난다고.


날씨가 흐리든, 쨍하든,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아이들에게는 사방 천지가 본인들의 이야기 컨텐츠이고, 스토리텔링의 소재이며, 창작의 세계가 꽃 필 놀잇감이다.


그저 숨차게 뛰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고, 아직 덜 자란 나무 뒤로 빤히 보이지만, "어디있지? 어디있을까?" 하며 찾는 숨바꼭질이 더 없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는 걸 보며,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유년기 시절을 '나도 분명 저랬을거야, 아무렴.' 하며 생각하니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매일 사 먹는 바게뜨 빵이지만 사러 갈 때마다 그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행복이 차오른다. 그렇듯 비슷한 얘기지만, 재잘거리는 아이의 입을 통해 들을 스토리텔링에 아빠인 나도 이전의 바빴던 생활에 잠시 두고 갔던 이야기 보따리를 다시금 주섬주섬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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