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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Mar 13. 2021

(스페인어) Eres Tú

Mocedades 가 전하는 순수한 사랑

스페인 한량의 외국어 따라 읽어보기, 오늘은 두번째로 스페인어 노래 입니다. 

1970년대 추억의 명곡인 Mocedades 모세다데스 그룹의 Eres tú 에레스 뚜 에요.


스페인어는 발음 기호도 필요가 없어요. 몇 개의 알파벳만 주의하면 보이는 그대로 따라 읽을 수 있답니다.

영어나 불어, 독어처럼 잔뜩 발음 규칙 배우다가 예외사항도 거의 없어서, 알파벳으로 접근하는 유럽어 계열 중엔 스페인어가 제일 쉽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스페인어에서 살짝 까다로운 발음은 나중에 나올 때 알려드릴게요 (프랑스어는 아마도 이런 시도 자체가 애당초 불가능하지 않을까...)


가이드로 일하던 때, 포르투갈이나 모로코가 아닌 스페인에서 손님들을 처음 만나면, 스페인 노래를 세 곡 연이어 들려드리는데 그 중 하나가 이 곡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 쌍투스 Sanctus 라는 혼성 5인조가 대학가요제에서 <그대 있는 곳까지>란 번안곡으로 입상한 적이 있기에 어느 정도 연배가 있으신 분들께서는 들으시면 바로 아! 하고 아시며 추억에 잠기는 곡이기도 해요. 손님들도 추억여행으로 좋아하시지만 저는 이걸 부를 때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생각에 가사를 따라 부르다 저도 모르게 울컥할 때가 많았지요.



그룹 이름인 Mocedades (모세다데스)는 스페인어로 청년기를 뜻하는 mocedad 에 복수형 어미 es 를 붙여 탄생했어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주의 빌바오에 있는 여섯 명의 청년이 1968년 결성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장수그룹입니다. 노래를 발표했던 1973년 당시 푸릇푸릇했던 청년들이 이젠 문자 그대로 어르신이 되었으니,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다는 걸 알 수 있죠. 유튜브 영상에 보면 2천년 대에도 노래를 부르는게 있어 볼 때면 눈시울이 시큰해집니다.


가사는 제목 만큼이나 매우 간결합니다. 제목인 eres tú는 "너는... 이다" 라는 것으로, 문법적으로 본다면 주어+동사의 형태로 tú eres 라고 해야 하지만, 노래가사니까 역순이 허용되었어요. 영어의 you are 에 해당됩니다. 스페인어로는 가까운 사이면 나이 차이에 상관없이  (너) 라고 하지만, 가사를 보면 우리 정서상으로는 친밀한 대상으로서의 '그대', '당신' 정도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 다음부터 나오는 가사는 전부 사랑하는 이를 일상에서 보는 구체적인 대상부터 추상적인 명사까지 모든 것에 대입한 터라, 우스개 소리로 저는 이 곡을 '아무말 대잔치' 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무엇에 빗대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말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 보고요. 손님들에게도 옆 짝꿍을 보며 애칭을 한 번 짓고 불러 주시라고 합니다. 의외로 애칭 없이 그냥 여보, 누구 엄마, 누구 아빠, 이렇게만 건조하게 부를 때가 많더군요. 물론, 억지스러운 애칭을 붙이느니 본래의 귀한 이름 그대로를 부르는 경우도 있고요. 정답이란 없으니까요.


약속, 여름의 아침, 미소, 희망, 시원한 비, 강한 바람, 시, 밤의 기타, 지평선, 샘의 물, 집의 불, 빵의 밀...

스페인 북부의 청년들은 이런 게 바로 너라며, 너를 보여주려는 단어가 이렇게나 많은데, 각각이 어떤 느낌이고, 어떤 걸 전달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덧. 저요? 연애하던 그 당시 아내, 아니 여친이 넘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x깡아지"라고 불렀어요. XD




스페인어 따라 읽어보기, Eres Tu


Eres tú 너는...


Como una promesa eres tú, eres tú

Como una mañana de verano

Como una sonrisa eres tú, eres tú

Así, así eres tú

약속처럼 그게 너야 (당신이에요)

여름의 아침처럼

미소처럼 그게 너야

그렇게, 그게 바로 너야


Toda mi esperanza eres tú, eres tú

Como lluvia fresca en mis manos

Como fuerte brisa eres tú, eres tú

Así, así eres tú

내 모든 희망은 너야, 바로 너야

내 손의 시원한 비처럼

강한 산들 바람처럼 그게 너야

그렇게, 그게 바로 너야


Eres tú como el agua de mi fuente

Eres tú el fuego de mi hogar

Eres tú (algo así eres tú)

como el fuego (algo así como el fuego) de mi hoguera

Eres tú (algo así eres tú)

El trigo de mi pan (vida algo así eres tú)

너는 내 샘의 물과 같아, 너는 내 집의 불이야

너는 (그런게 너야)

내 모닥불의 불처럼 (불같은 어떤 것이야)

너는 (그런게 너야)

내 빵의 밀이야 (어떤 인생 같은게 너야)


Como mi poema eres tú, eres tú

Como una guitarra en la noche

Todo mi horizonte eres tú, eres tú

Así, así eres tú

내 시처럼 그게 너야

밤의 기타처럼

내 모든 지평선 그게 너야

그렇게, 그게 바로 너야


Eres tú como el agua de mi fuente

Eres tú el fuego de mi hogar

Eres tú (algo así eres tú)

como el fuego (algo así como el fuego) de mi hoguera

Eres tú (algo así eres tú)

El trigo de mi pan (vida algo aquí eres tú)

너는 내 샘의 물과 같아

너는 내 집의 불이야

너는 (그런게 너야)

내 모닥불의 불이야 (불같은 어떤 것이야)

너는 (그런게 너야)

내 빵의 밀이야 (여기 어떤 인생 같은게 너야)




스페인어 원곡을 들어볼게요. 거의 50년 전의 영상이라 보는 내내 아련하네요. 처음에 터져 나오는 빰~ 빰~ 빰~ 트럼펫 애잔하게 들리는 건 흘러간 세월 문일까요, 마음을 건드리는 멜로디 때문일까요. 뒤이어 여성 보컬의 선명한 목소리는 코러스의 화음과 더불어 사랑을 담뿍 담아 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AC37W42ro 



원곡 발표 5년 후인 1978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넘어 온 사랑의 메시지는 쌍투스의 관심 속에 약간 애절한 내용으로 바뀝니다. 같은 멜로디, 그렇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번안곡, 들어보시지요. 스페인 청년들의 풋풋한 사랑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 기다림이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fHlzrBSkAM 


우리 정서에 맞게 번안한 가사도 함께 붙입니다.


<그대 있는 곳까지>


영원히 사랑한다던 그 맹세 잠깨어 보니 사라졌네

지난 밤 나를 부르던 그대 목소리 아 모두 꿈이었나봐

그대가 멀리 떠나버린 후 이 마음 슬픔에 젖었네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 바람아 너는 알겠지


바람아 이 마음을 전해다오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

아 바람아 우~ 그댈 잊지 못하는 이 마음 전해다오

바람아 불어라 우~ 내 님이 계신 곳 까지


이 밤도 홀로 창가에 기대서 수많은 별들 바라보면

기약도 없는 그 님을 기다리며 이밤을 지새우나봐


사랑하는 이와 좋은 시간 보내시고,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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