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휘트먼 <풀잎>
우주의 모든 이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직 한 사람 바로 당신에게 향해 있다.
-월트 휘트먼
The whole theory of the universe is directed unerringly
to one single indivisual - namely to You.
-Walt Whitman, Leaves of Grass, 1892
Q. 우주와 관련된 글을 남겨 주세요.
A. 연기 뿐 아니라 지성 또한 대단하신 조디 포스터 누님의 영화 <콘택트>를 회고해 봅니다. 아직 대학교도 가기 전 친구들과 영화관에서 뭔가 웅장해 보이는 포스터에 이끌려 별 생각 없이 봤지요. 그러다 마지막 대사에 정신이 일순간 멍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실은 초반부에도 나왔지요.
“만약 이 넓은 우주에 우리 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지.”
"I guess I'd say if it is just us...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
그때만 해도 무척이나 독실했던 개신교인으로서 지구 밖의 생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도, 인정할 수도 없었는데, 그 대사 자체는 너무도 논리적이라 당시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반박할 수 없어서 ‘어쩌지, 이거 어떡하지’ 하며 두근거리던 가슴을 부여잡았던 기억이 있어요. 영화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며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며 고민했던 저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연연하지 않게 되네요. 허허.
있으면 어쩔 것이고 없으면 또 어찌할 겁니까. 지금 당장 내 가족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내 옆의 이웃과도 교류가 없다면, 거창하게 민족이, 세계가, 우주가 하며 떠들어 봐야 그저 말장난에 불과할 뿐인걸요. 실천이 없는 주장과 이론은 공허할 뿐이고, '그래요 당신 참 열심이십니다' 라며 그걸로 끝나고 맙니다. 앞에서야 마지못해 인정이라도 받을 지 모르지만 뒤돌아 서면 '그래서 뭐? so what?' 이라는 빈축을 사고 마는 것처럼요.
그냥 머리 식히러 보러 간 영화에 제대로 타종을 뎅~ 하며 치고 나왔습니다. <콘택트>는 제게 거창한 스케일의 우주 universe 보다는 사람 human의 만남으로 더 다가온 작품이기도 해요. 그 한 번의 만남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홀린듯이 사명감을 갖고 파고드는 조디 포스터 (애러웨이 박사)를 보며 한껏 매료될 수 밖에 없었지요.
지구의 대지, 숲의 자연을 바라보며 시작된 한 문인의 시집 문장이 우주까지 멀리 뻗어 나가갑니다. 사람의 생각이란, 의식의 흐름이란 그 끝을 알 수가 없어요. 단지 우리는 어디를 가든 그 끝은 "나 또는 너" 와 같은 사람을 향해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그렇게 생각의 먼 산책을 떠났다 돌아오니 전보다 더 애틋하고 애정을 담아 보게 되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일이나 공부에 대한 파고듦 보다는 그 만남에 무척 갈급한 사람이 되었어요. 그런 목마름이 이렇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공간과 시간 중에, 오픈 채팅방 필사 따스방의 따스님들, 페이스북이며 인스타, 그리고 이 곳 브런치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매번 훈훈한 격려, 이모티콘으로도 함께 공감해 주려는 마음 씀씀이들, 깨알같은 대화며 수다의 재미로 이어진게 아닐까 합니다. 고마워요.
사진) pixabay.com - gala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