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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Apr 13. 2021

우주의 이치는 당신을 향해 있습니다

월트 휘트먼 <풀잎>

우주의 모든 이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직 한 사람 바로 당신에게 향해 있다.

-월트 휘트먼


The whole theory of the universe is directed unerringly 

to one single indivisual - namely to You.

-Walt Whitman, Leaves of Grass, 1892




Q. 우주와 관련된 글을 남겨 주세요.


A. 연기 뿐 아니라 지성 또한 대단하신 조디 포스터 누님의 영화 <콘택트>를 회고해 봅니다. 아직 대학교도 가기 전 친구들과 영화관에서 뭔가 웅장해 보이는 포스터에 이끌려 별 생각 없이 봤지요. 그러다 마지막 대사에 정신이 일순간 멍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실은 초반부에도 나왔지요. 


“만약 이 넓은 우주에 우리 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지.” 
"I guess I'd say if it is just us...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

1997년 웃으러 갔다가 본격 고민에 빠지게 만든 영화 < Contact >


그때만 해도 무척이나 독실했던 개신교인으로서 지구 밖의 생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도, 인정할 수도 없었는데, 그 대사 자체는 너무도 논리적이라 당시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반박할 수 없어서 ‘어쩌지, 이거 어떡하지’ 하며 두근거리던 가슴을 부여잡았던 기억이 있어요. 영화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며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며 고민했던 저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연연하지 않게 되네요. 허허. 


있으면 어쩔 것이고 없으면 또 어찌할 겁니까. 지금 당장 내 가족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내 옆의 이웃과도 교류가 없다면, 거창하게 민족이, 세계가, 우주가 하며 떠들어 봐야 그저 말장난에 불과할 뿐인걸요. 실천이 없는 주장과 이론은 공허할 뿐이고, '그래요 당신 참 열심이십니다' 라며 그걸로 끝나고 맙니다. 앞에서야 마지못해 인정이라도 받을 지 모르지만 뒤돌아 서면 '그래서 뭐? so what?' 이라는 빈축을 사고 마는 것처럼요.


그냥 머리 식히러 보러 간 영화에 제대로 타종을 뎅~ 하며 치고 나왔습니다. <콘택트>는 제게 거창한 스케일의 우주 universe 보다는 사람 human의 만남으로 더 다가온 작품이기도 해요. 그 한 번의 만남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홀린듯이 사명감을 갖고 파고드는 조디 포스터 (애러웨이 박사)를 보며 한껏 매료될 수 밖에 없었지요. 


지구의 대지, 숲의 자연을 바라보며 시작된 한 문인의 시집 문장이 우주까지 멀리 뻗어 나가갑니다. 사람의 생각이란, 의식의 흐름이란 그 끝을 알 수가 없어요. 단지 우리는 어디를 가든 그 끝은 "나 또는 너" 와 같은 사람을 향해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그렇게 생각의 먼 산책을 떠났다 돌아오니 전보다 더 애틋하고 애정을 담아 보게 되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일이나 공부에 대한 파고듦 보다는 그 만남에 무척 갈급한 사람이 되었어요. 그런 목마름이 이렇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공간과 시간 중에, 오픈 채팅방 필사 따스방의 따스님들, 페이스북이며 인스타, 그리고 이 곳 브런치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매번 훈훈한 격려, 이모티콘으로도 함께 공감해 주려는 마음 씀씀이들, 깨알같은 대화며 수다의 재미로 이어진게 아닐까 합니다. 고마워요.


월트 휘트먼 시집 < 풀잎 >


사진) pixabay.com - gala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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