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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Apr 30. 2021

어느 강연자의 강연 후기

영감 가득한 밤, 아니 낮, 팀 라이트의 '인사이트 나이트' 후기

Hola, 안녕하세요, 다들 잘 주무셨나요.

보통 공연, 발표, 영접과 같은 행사를 치루고 나면, 뒷풀이라는게 존재하지요.

하지만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금은 그런 자리를 가지기가 쉽지 않네요.


짧은 한 시간 미만의 강의가 되었건, 두어 시간 남짓한 공연이 되었건, 심지어 보름에 걸친 장기간의 행사가 되었건, 사람을 상대하는 일로서, 무언가를 조직하고, 다각도로 점검하며, 마침내 발표하고, 이후의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 자체로 역량을 키워주는 좋은 도전이 되지요.


지난 주 토요일, 스테르담 작가님과 마마뮤 작가님과 함께 <인문학 세계여행>이라는 주제로 통찰력을 발견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눠 보고자, 한국시간 기준 저녁 7시에 시작해 장장 3시간 가까이 (이번엔 질의응답이나 소감 시간도 10분 남짓으로 무척 짧았는데) 인사이트 나이트 일정을 치뤘네요.




이 날 만큼은 세 강연자 모두 브런치 작가가 아닌 투어 가이드가 되어 본인들이 살았던 나라, 네덜란드와 호주를 소개해 주셨어요. 두 분은 본업이 있으시지만 투어 가이드라는 직함을 이번 행사를 위해 잠시 빌린 거라면, 저는 정말 제 본업이자 천직인 문화 가이드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충실히 본업으로 돌아갔나 봐요. 가이드로서 첫 팀을 받아 무사히 행사 마친 직후, 긴장 풀리면서 반나절 내내 몸살로 덜덜 떨며 침대 밖을 못 나왔던 것처럼, 이번 첫 강연 마치고, 팀 라이트 회의까지 끝나고 나자, 배탈 나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게 만들더니, 결국엔 그대로 네 시간을 뻗어 자면서, 아침 눈 떠서부터 이른 밤잠으로 다시 잤다 일어나기까지, 하루 종일 이 행사에 온 신경과 마음을 쏟으며 보냈네요.


이게 뭐라고 제가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마치 연애하는 기분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준비할 땐 행복하고요, 함께 하는 동안에는 정신줄 놓을만큼 기분 좋고요, 마치고 나면, 다음에 언제 또 만나지 하는 기대감이 가득해서요. 이거 한다고 누가 더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내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내 수입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을까? 문자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순수 아마추어리즘에 기반했지만, 퍼포먼스 만큼은 한국과 스페인을 이어주는 가교로서의 프로답게 이어 드리고 싶어 그리했던게 아니었을까 스스로 평가해 봅니다. (음.. 자화자찬인거, 네, 인정합니다)


이 슬라이드에 이 색을 배경으로 집어 넣는 일, 이만큼 또는 요만큼으로 규격을 맞추는 일, 글 한 자, 한 단어 더 집어넣거나 빼면서 간격 배율 조정하는 일,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을지, 그냥 바로 보여줄지 등을 고심하는, 그야말로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부터 시작해, 전체 흐름으로 보아, 일단 이렇게 환기를 주의시켜 보고, 소소한 자료들로 재미 속에 관심을 끌어가다가, 마지막에 스토리텔링과 인문학의 연계로 감동을 최대한 이끌어내 보려는 나름의 시뮬레이션까지.


실제 여행 다니면서는 잠시 잠간의 설명으로 지나가는 바람에 미처 시도해 볼 수 없었던 것들을 강의 발표, 그것도 사진 보여주고 몇 가지 우리와 다른 문화적 특성 몇 가지 정도만을 소개하려는 단순한 사진 전시에서 벗어나, 인문학 이라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영역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에서, 그간 손님들과 한국 여행사로부터 입혀진 유럽 지식+감성 가이드 라는 고정적인 틀에서 조금 더 발전적인 모습을 저 스스로 이뤄보고 싶었고, 자의반 타의반이긴 했지만, 이렇게 강연을 이끌어 갈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어요. 막힘 없이 잘 나가면 그만일텐데. 그럼에도 아무도 굳이 신경쓰지 않을 일에 혼자 낑낑대며 손을 대는 저를 보면서, 아, 내가 이 일을 정말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구나, 행복을 느끼고, 만족을 얻고, 보람을 찾고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가이드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때를 더욱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답니다. 물론, 그 만남을 더욱 가치있게 빛내기 위해, 정성들여 자료 준비하고, 스터디 하며, 머리에 기름칠도 하고, 입에도 발동을 걸어야겠지요.


강연 소감 듣는 중에 박아민 브런치 작가님께서 인사이트 나이트에 참석한 분들 모두 같이 가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정말 저의 심정도 그랬습니다. 동네에서도 봄이야 아름다운 거 잘 느끼고 있지만, 이렇게만 보내기에는 너무도 아쉬움이 크니까요. 스테르담 작가님의 재미난 시선이 담긴 네덜란드도, 마마뮤 작가님의 애정 듬뿍 어린 호주도 가보고 싶어졌지요.


최고의 랜선여행은 결국 화면을 벗어나 그 현장으로 달려 가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팀 라이트의 인문학 세계여행 인사이트 나이트는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일궈주며 씨를 뿌리는 시간이었어요. 이후의 행사에서도 누구에게나 통찰력을 발견할 스토리가 있다는 걸 보고 듣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흥해라, 팀라이트!!




여담으로, 저는 앞서 두 작가님의 강의를 제대로 못 들었어요. 이전 같았으면 열심히 필기를 하거나, 아님 정말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들었을텐데, 제 발표 자료에 문제가 있어서 그걸 처리하느라 두 시간을 그야말로 노트북과 씨름을 했죠. 그 마저도 허당이라 혼자 못해서, 일정 전체 사회 보는 숲지기 마야 브런치 작가님에게까지 급히 도움을 요청했네요. 마야 작가님, 최고!


순서상 마지막이다 보니, 적절한 시간 배분 고려는 물론, 앞 두 작가님들의 공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과 의지에 불타다 보니, 눈, 입, 손, 머리가 유체이탈 마냥 서로가 따로따로 알아서 움직이기도 했어요. 으하하. 제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강의는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인 5월 29일에 있습니다. 그 때 또 만나요!!




아래에 발표 당시 미처 소개 못했던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성당 내부 동영상과

함께 진행해 주신 두 작가님의 브런치를 소개합니다.

팀 라이트 작가님들의 브런치, 좋은 글들 정말 많으니, 많이 그리고 자주 찾아 주세요.


성가족 성당 내부 2분 영상


스테르담 작가의 브런치 https://brunch.co.kr/@sterdam


마마뮤 작가의 브런치 https://brunch.co.kr/@mama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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