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야생으로 내던져질 시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7월 말부터 투자사 회사에 입주하며 10월 13일에 있을 2차 IR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그 발표가 저번주에 끝났다.
마지막 주에는 발표 자료 작성 - 발표 - 피드백 - 수정사항 반영 이 반복된 업무로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우리 서비스와 회사의 민낯을 여실히 직면할 수 있었고, 또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3개월 만에 이런 타이트한 과정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고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1. IR자료는 무조건 간단하고 아이한테 설명하듯이 얘기하기 / 스토리라인이 굉장히 중요!
처음에는 전 회사에서 많이 봐왔던 '정보 전달'형식의 투자제안서대로 초안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아주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우리 회사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고, 어쨌든 투자자로부터 우리를 매력적으로 보여서 돈을 받아내야 하는 자리다 보니, "우리 이만큼 잘해요!", "우리 진짜 엄청난 트랙션을 가지고 있어요!!"라는 것을 적극 어필하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세콰이어 캐피털에서 쓴 '사업계획서 작성법'이 있는데 처음 작성 시 이것을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고 그것을 어떻게 스토리텔링하듯이, 동화처럼 자연스럽게 연결시킬지가 중요하다.
2. 피드백은 주변 VC들로부터 4-5번 정도 받는 게 좋다.
다른 팀에서는 피드백을 엄청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어차피 누구한테 받느냐에 따라 다양한 수정사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 발표 내용 전체를 바꿔야 하는 수도 있다. 그래서 적당하게 4-5번 정도만 주변의 피드백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VC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때 무조건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챌린지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예상 질문을 준비해놔야 한다.
영어 커뮤니티 플랫폼을 하는 팀에는 시장의 크기에 대한 질문, 홈퍼니싱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에는 경쟁사 등장 시 해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또 기공소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팀에는 그 사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였다. 듣는 이들은 달라도 하나 같이 비슷한 질문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자주 듣다 보면 우리 사업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3. 왜?라는 질문을 놓지 말기.
처음에는 세콰이어 캐피털 사업계획서 작성법에 따라 발표 구성 요소에만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계속 피드백을 받으면서 장표를 수정해나가다 보니 내가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장표를 이 위치에 넣어야 하는지?
이 장표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뭔지?
이 내용을 넣음으로써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켓 사이즈 등을 얘기할 때 이 숫자는 어떻게 나온 것인지?
하다못해 시장 사이즈 같은 것도 국내 피트니스 시장이 네이버 검색해서 찾아봤는데 그냥 2조라서 넣는다기 보다는, 본인이 생각해서 P(가격)와 Q(수량)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시장 규모를 이렇게 보았다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았다. 여기서 대표의 논리성과 판단력을 보는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정말 생각 없이 살았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항상 얕게만 생각해 왔구나라는 자책도 많이 들었고,
기초부터 다시 닦아야겠다는 부분들도 보였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너무 온실 속 화초로 자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남의 사무실에 있으면서 24시간 일도 하고, 되게 좋은 공간에서, 간식도 먹고, 아이스커피도 마시면서 일하고... 풍요롭게 살았던 것 같았다. 근데 이제는 이런 인프라나 제삼자의 조언도 없이 우리끼리만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사실 이제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런 심정이 안 들 거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건 아니니까.
그동안 목표가 생겼을 때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간절하게, 그리고 많이 움직였고 그만큼 잘 대응해 왔으니 이 경험을 발판으로 앞으로 더 나아가야겠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길을 잃어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어도
이마저 다 옳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칠 때도 있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