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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자에겐 연애도 사치일까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해서 재고할 수 있는 기회

by Spark
전쟁 통에서도 아이는 태어난다


최근 한창 바쁜 와중에도 알아가보고 싶은 친구가 생겼었다.

그래서 마음을 전했다가 차였다. 급전개에 당황하실 것 같다.


나는 인생에서 일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과 사랑과 사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7월 말에 전 회사 사람이랑 저녁을 먹다가 약속이 생각보다 일찍 파했다. 거의 주 7일을 일하는데 집에 일찍 들어가기가 너무 아쉬웠다. 혼술이라도 해야지 싶었다. 그때 딱 생각난 친구가 있었다. 알게 된 지는 1년 남짓한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예전에 혼술을 자주 한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당장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술집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술집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얼추 마무리하려던 차, 그 친구가 왜 혼자서 술을 마시냐고 그랬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추천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자기도 몇 분 있으면 그 지역 도착하는데 같이 술을 마시자고 그랬다. 나야 뭐 혼자 마시는 것보다 같이 마시면 나으니까 당연히 콜을 외쳤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오랜만의 만남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그날 술을 섞어마셔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확실했던 건 대화가 재밌었다는 거였다.


첫 만남 이후에는 단순히 대화가 재밌다는 거였고, 그러한 류의 대화를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남부터는 대화가 아니라 그 친구가 계속 생각이 났다. 그 술집 자체만으로도 혼술 하기 좋은 곳이었지만, 그 친구와 같이 만나서 대화를 하면 뭔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서너 번 더 만났던 것 같긴 하다.


이런 맹숭맹숭한 마음이 드니 일에도 집중이 잘 안 되었고 빨리 결단을 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약간 이기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내 마음 편하자고 마음을 내보이다니! 예전에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번호도 잘 따고 좋아하는 표시도 엄청 내고, 고백도 바로 해버리는 상여자였다. 그런데 먼저 좋아한다는 표현을 거의 몇 년 만에 하는 거다 보니 로봇처럼 뚝딱이고 말았다.


원래는 최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하고, 왜 관심이 생기게 되었는지 논리적으로 그 자리에서 설명하고 싶었는데 그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래서 대면했을 때 "사실 나 최근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겼다"라고 운을 떼고 그 이후는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텍스트로 "그 관심 가게 된 사람이 너였다"라고 말해버렸다. 후,, 이런 멍청하고 한심한 짓이 또 있을 수 있을까 ㅎ 지금 생각해 보니 나 같아도 '뭐지 이 놈은' 싶었을 것 같다.


그 친구도 사업을 하고 싶어 했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지금 당장은 누구를 만난다는 게 부담이 안 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완곡히 거절을 했다. 사실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본인의 스타일이 아니어서 거짓으로 말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이 아니라면 아닌 거지 뭐. 그 친구가 더 미안해하는 것 같길래, "내가 너한테 관심이 가게 된 것은 나의 일이니, 네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OO이랑 같이 만나서 셋이서 또 밥이나 먹자"라고 얼추 마무리를 지었던 것 같다.


근데 내가 말하고 싶었던 논리는 이거였다.

이것부터 말하려면 내가 사업을 왜 하고 싶은지부터 얘기를 해야 한다.

나는 자유를 위해 사업을 하고 싶다. 그 자유는 "내가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내 맘대로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내 의지만으론 할 수가 없다.


"아~ 나 이제 사업 성공했으니 잘 맞는 사람을 찾아볼까~?"는 너무 어렵고 이상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나타났을 때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놓치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몇 가지..?의 기준이 있다. 그중 일부를 그 친구가 충족시켜 줬던 것 같다.


- 창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이런 일상과 가치관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 약간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여유롭게 생각하는 방법이나 융통성 있게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 (나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 그리고 MBTI N의 특성인가... 넓고 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내가 "너에게 행복은 무엇이니", "너는 왜 그것이 좋니 혹은 싫으니"라고 터무니없이 물어봤을 때 진지하게 답해줬고, 그 답변 또한 흥미로웠다. 그래서 대화가 재밌다고 느껴진 것 같다.


표면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저런 긍정적인 느낌을 받아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나머지 기준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관심이 가게 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결론적으론 안 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친구가 나를 거절한 이유가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창업을 하면 일 말고는 다 포기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쨌든 나의 알고리즘에 의하면 그 친구를 알아갈 기회를 놓쳤으니,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좋은 느낌을 주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때 적극적으로 표현해야겠다고 느꼈다.




마음을 표현하고 나니 후련했다! 오히려 다음에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맘껏 들이대야지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별하고 나서는 다른 사람을 못 만날 것 같았는데 이런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다소 이기적일 수는 있어도 내 마음은 다 표현하고 살 거다!


그리고 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가장 행복한 순간을 같이 맞이할 사람을 계속 찾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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