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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클인터렉티브 Oct 23. 2019

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논란으로 보는 광고쟁이의 요건

최근 방영된 유니클로 후리스 광고가 위안부 조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에 발발해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불매 운동으로 인해 일본 맥주, 일본 자동차, 일본 화장품 등 일본 제품의 판매가 급감했고, 한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던 일본 대표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도 직격탄을 맞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죠.

사랑받던 존재에서 불매 운동의 상징적 타깃이 되자 유니클로는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을 진행, 위기 타개에 나섰습니다.

마케팅이 성공적이었는지 불매 운동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더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방영된 후리스 광고가 ‘위안부 조롱 논란’에 휩싸인 것인데요. 먼저 논란의 광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유니클로 광고 화면 캡처

해당 광고는 지난 15일부터 국내 방영을 시작한 15초 분량의 분량의 ‘유니클로 후리스:LOVE&FLEECE 편’입니다.

영상에서 소녀는 할머니에게 “How did you used to dress when you were my age?(스타일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어요?)”라고 묻고, 할머니는 “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맙소사! 그렇게 오래된 건 기억하지 못해!)”라고 답합니다.

유니클로 광고 화면 캡처

할머니의 대답을 끝으로 끝난 유니클로 후리스 광고. 

얼핏 보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서’에 비춰봤을 땐 ‘논란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글 자막’이죠.

광고 속 “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 대사는 국내에서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번역됐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이 번역이 일제 강점기 시기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글 자막에 담긴 ‘80년’ 전인 1939년이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라는 건데요. 참고로 1939년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 징용을 본격화한 시기입니다.

유니클로 광고 화면 캡처

여기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반토막이 난 유니클로가 굳이 논란을 만들어 중요한 고객인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유니클로도 ‘위안부 폄훼’를 의도하지 않았으며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과거 수차례 논란에 대한 괘씸죄,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논란으로 인해 유니클로 후리스 광고는 결국 송출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불매 운동의 중심에 다시 서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죠.

<출처> 픽사베이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유니클로의 이번 광고는 ‘대실패’로 끝났습니다. 결과만 실패가 아닌 기획 단계(자막 제작), 검수 단계, 송출 단계 등 유니클로의 광고 집행 프로세스가 실패였습니다.

이 부분은 광고 광고 기획자(Account Executive, AE)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광고 기획자는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광고 기획 및 집행 전략 수립 등 광고의 전체적인 관리를 담당합니다.

때문에 상품 or 서비스에 대한 정보, 시장분석, 매체 환경 등 다방면의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죠.

특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현 상황에서 광고 기획자는 소비자 성향과 사회 환경의 변화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관찰력’, 그리고 콘셉트를 제대로 잡아내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을 대표해 소비자와 소통한다는 ‘책임감’도 있어야 하겠고요.

<출처> 픽사베이

하지만 유니클로는 이 부분을 간과했죠. 

만약 유니클로 광고 기획자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굳이 안 넣어도 됐을 ‘80’년 한글 자막이 들어갈 일은 없었겠죠. 앞서 말한 광고 기획자의 ‘요건’이 부족했기에 안 생겨도 됐을 논란이 생겼고 결국 큰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광고 기획자는 ‘여론을 읽는 눈치’, ‘정서를 파악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기획, 검수 단계에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과 송출 후 불러올 사회적 파장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모든 광고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유니클로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봤으니까요.


아무튼 여론을 못 읽어서, 정서를 못 파악해서 달랑 ‘자막’ 하나 때문에 광고 실패를 넘어 퇴출 위기까지 맞게 된 유니클로.

한국 시장이 매우 중요한 유니클로의 흑장미빛 앞날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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