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려 by 고상미
몇 마디 글은 없지만,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책에서,
어린아이가 추운 밖을 뛰어다니고,
눈사람을 만든다.
"조금만 기다려."
누구를 향한 말일까를 생각하며 따라가다 보면,
눈이 녹고 따뜻한 봄을 맞아,
그들이 보내주는 강아지의 유골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세상에서 떠나보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지만,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조금 더 애틋하고 더 오래 남는다. 그 이유를 따져보자면, 하나는 그들의 생애가 짧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들에게 주고받은 애정이 상호 간에 무조건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쏟아부었던 사랑도, 그들에게 받았던 사랑도 생각해 보면 계산 없이, 그저 존재만으로 충분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친하던 동료가 아침부터 빨개진 눈으로 약간 부어 있는 얼굴로 출근했다. 요 며칠 강아지가 아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약간은 예상한 바가 없지 않지만, 혹시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되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안부를 물었지만, 좀처럼 말도 못 하고, 괜찮다고 할 뿐이었다. 한참 지난 후에야 그 동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며 몇 번을 다짐하고는, 나에게만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었다.
강아지가 죽었다고 했을 때, 돌아올 회사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이 아니었다. 요즘은 많은 반려인들이 있고, 반려동물 문화도 바뀌었으며,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알리고, 충분히 슬퍼하기엔 낯부끄러운 점도 있게 마련이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고, 다른 사람들의 작은 반응도 상처가 될 수 있는, 어쩌면 내면이 연약한 상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이 마지막 말은 강아지에게, 나에게, 그리고 반려인 모두에게 던지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