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24분: 인류 문명의 종말 시나리오

by 반선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이제 전쟁이 일어나면 모두가 죽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인류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요약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핵무기는 과거의 재래식 무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 번의 발사, 한 번의 폭발이 곧 문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 제이콥슨(Annie Jacobsen)의 저서 『24분(Nuclear War: A Scenario)』은 이러한 핵전쟁의 가능성을 단순한 가정이 아닌, 실제 군사·정치·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재현한 책이다. 그녀는 미국 정부 관계자, 핵무기 엔지니어, 군 장교, 정보 분석가들 약 50여 명과의 상세한 인터뷰를 토대로 핵전쟁 발발 후 벌어질 일들을 크게 각각 '24'라는 숫자로 묶어서 시나리오 형식으로 그려낸다. 핵이 발사된 후 24분, 핵이 지구에 떨어진 후 24분, 또 그다음 24분, 그리고 마지막 24개월이다.


그 시나리오의 시작은 충격적이다. 워싱턴 D.C. 한복판에 1메가톤급 열핵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이다. 이는 단지 수백만 명의 즉각적인 사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곧 이어질 전면 핵전쟁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제이콥슨이 전하는 군사 전문가들의 말처럼, “작은 핵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불길이 붙으면, 인류 전체가 불길 속으로 휘말릴 수밖에 없다.


핵전쟁의 공포는 단순히 폭발력이나 사망자 수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인류 문명 전체의 종말을 의미한다. 전력망과 통신망의 붕괴, 식량과 의료 체계의 붕괴,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장기적인 생태계 파괴. 이는 수십억 명의 인류뿐 아니라 지구 자체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추락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끔찍한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기록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억제(deterrence)의 힘 때문이다. 냉전 시기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라는 전략이 전쟁을 막았듯, 핵전쟁의 파국적 결과를 똑바로 직시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전쟁을 막아야 할 이유를 다시 각인시킨다.


그녀의 저서는 단순하게 공포에 빠뜨리려는 의도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문명을 끝낼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고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지혜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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