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연애, 의존과 독립성

28주 차

by 시나브로

오늘은 연애를 통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연애는 외로움의 정답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풀어보면 가장 복잡한 서술형 문제다. 사람마다 풀이법도, 정답이라고 믿는 방식도 다르다.

맞췄다고 믿었던 답에선 느닷없이 감점이 나오기도 하며, 틀렸다고 생각했던 서투른 풀이가 의외의 뜻밖의 부분점수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 글은 외로움속에서 연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외로움을 즐기지 못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래서 사랑받는 순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존의 감각은— 나에게는 생존과도 같은 문제였다. 하물며 세상이 암묵적으로 ‘의존해도 된다’고 말하는 남자친구라면, 그의 애정과 관심은 나의 외로움의 공백을 완전히 덮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랑이 선명히 다가올 때만큼은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이 한 발 물러나는 순간, 홀로 있을 때, 다투었을 때, 내가 원하는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할 때, 밀물처럼 외로움이 들이닥쳤다. 마음이 잠식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허우적거렸고, 그 감정을 견딜 힘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홀로 버텨야 할지 몰랐다.

결국 이별은 이지선다처럼 눈앞에 놓인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이별할래? 집착하고 의존할래?

이별이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집착하지 않는 방법은 이별뿐이었다.

맞다, 나는 독립적이지 못한 연애를 해왔다.


그렇다고 독립적이기만 하면 좋은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게 독립적인 사람들을 보면 또 다른 외로움이 보인다.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스스로 잘 살아낼 수 있게 되자 오히려 사랑이 흔들어놓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 다시 외로움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그 모든 불확실성이 무섭다. 그래서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로 견디기엔 생각보다 거칠고,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다. 또한 관계는 때때로 우리를 확장시키고, 확장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마음을 닫고 혼자 서 있으려 하면, 오히려 자기만 보이고 상대는 흐릿해진다. 상대방은 보이지 않고 나만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적당한 의존이란 무엇일까?

나는 서로가 없어도 무너지지 않지만, 함께 있을 때 더 따뜻하고 튼튼해지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괜찮은 상태에서 상대를 바라보며 그 역시 나에게 기댈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관계.

과하게 의존하거나, 혹은 과하게 독립적인 우리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연애인지, 아니면 외로움 회피를 위해 이어나가고 있는 관계인지 혹은 내가 외로움을 견디는 익숙한 패턴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익숙한 방식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사랑할 필요가 있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잠시 나를 들어다 보기 위해 거리를 두고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반대로 내가 지나치게 독립적이라면 마음을 내어 깊은 대화와 도움 요청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달갑지만은 않고 불안이 밀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 이것은 나는 이런 방식으로 외로움을 견뎠구나, 이런 방법의 사랑도 있구나를 알게 되면서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랑하는지, 그 최종 목적지를 한 번은 바라보게 해 준다.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나의 가장 솔직한 욕망은 무엇인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연인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었는가?


이러한 질문의 답은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아 결국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그런 식으로 기둥을 쌓다 보면 결국 스스로가 단단해져서 과하게 의존하지도, 과하게 두려워하지도 않은 채로 내가 날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솔직하게 감정을 말하는 것,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

그 후, 비로소 상대가 보인다.

그럼 그냥 아, 다 똑같구나. 우리 모두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견디고 있구나. 하면서 과한 의존도, 과한 독립성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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